[인터뷰①] 설경구 "기대 안한 칸, '불한당' 덜컥 초청돼 모두 놀랐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14 13: 29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하 불한당) 속 설경구는 ’박하사탕’ 이상으로 무방비였던 관객들의 머리를 울린다. 잔인한 괴짜의 눈빛과 웃음소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설경구의 이면을 이끌어냈다. 연기파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형사 강철중이나 ‘오아시스’의 홍종두처럼 이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을 가미해 캐릭터를 보는 맛을 한층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천만 관객을 모은 ‘해운대’ ‘실미도’를 통해 얻은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조차 연기 잘 하는 설경구에 비하면 부차적인 수식어다.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줄이고 늘리며 마치 그 캐릭터로 사는 듯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던 설경구가 이번에는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내면에는 외로움이 가득한 건달 재호로 돌아왔다. ‘불한당’에서 그의 연기는 언제나 예상 바깥보다 통렬한 울림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리와 가슴에 남는 그 울림만큼은 진짜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경구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칸 영화제에 가게 됐다”며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당시에는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가는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흔한 일로 생각을 해서 당시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와 닿지 않았었다. 10년 넘게 (초청이)끊기면서 해외 영화에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설경구와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불한당’은 이달 열리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말 그대로 심야에 즐길만한 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그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이 감독의 ‘오아시스’(2002)가 국제비평가협회 특별초청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2009)가 비경쟁부문 특별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설경구가 ‘불한당’을 통해 네 번째로 칸에 입성하는 것인데 상업영화로는 처음이다.
‘불한당’은 건달이자 교도소의 실세인 재호(설경구 분)와 신참 범죄자 현수(임시완 분)가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면서 의리와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린 느와르 액션 영화다. 두 남자가 가까워지고 부딪히며 발생하는 시너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경구는 “사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들 같은 경우에는 자주 초청받는 분들이지 않나.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사실 기대도 안한 칸 영화제에 ‘불한당’이 덜컥 초청돼 모두가 놀랐다”며 “감독님의 어머니는 ‘거기 너가 왜 가?’라고 물어봤다고 하더라.(웃음) 저는 놀랐다기보다도 ‘칸에서 초청을? 왜?’라는 생각에 의아했다”고 소식을 들은 뒤 느꼈던 감정과 일화를 전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지금은 담담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고 시기도 잘 맞았다. 그런 일들은 운이 따라야 한다. 변성현 감독은 ‘내가 깜냥도 안 되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웃음)”
데뷔 24년 된 베테랑 배우 설경구는 최근 선보였던 작품 ‘나의 독재자’(2014), ‘서부전선’(2015), ‘루시드 드림’(2017) 등이 흥행에서 고비를 겪어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감독과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임했지만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것이다.
설경구는 그간의 행보에 대해 “요즘 몇 작품은 완성도를 떠나서 촬영이 끝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이렇게 작품을 하다가는 금세 아웃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흥행 여부를 떠나서 내 자신이 스스로 좀 창피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며칠을 되돌아보는데 얼굴이 빨개지면서 창피했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그런 것들이 저 자신에게 많이 창피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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