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이게 바로 '개콘'"..2000회까지 한 번 가보자(ft.유느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15 06: 49

‘개그콘서트’의 기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유재석을 비롯한 김준호, 김준현, 김대희, 김지민 등 든든한 수비수가 있기 때문이다. 매회가 900회 특집처럼 유지된다면 2000회도 문제없을 듯하다.
14일 방송된 KBS2 예능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900회 특집으로 꾸며지며 인기 코너들이 다시 한 번 재연됐다. 이날 ‘유느님’ 유재석이 무대에 섰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는 “‘개콘’이 1000회, 2000회까지 계속돼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져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집으로 진행된 만큼 이날 관객들의 환호성이 달랐다. 처음으로 장군들을 풍자한 코너 ‘감수성’이 시작됐다. 오랜 만에 김준현이 나왔고 특유의 속사포 개그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아무 말 대잔치’에서는 신봉선이 자신을 가리켜 아이유라고 하는가 하면, 이수지가 “나도 여자랍니다”라고 노래하자 빨간 불이 켜져 열띤 분위기를 이끌었다.

코너 ‘연기돌’에서는 김지민이 여배우로 분해 추억의 유행어 “그거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라는 멘트로 웃음을 유발했다. 코너 ‘세.젤.예’의 특별 게스트로 등장한 김종민은 “쉽게 설명할게요” “바보”라는 말에 화를 내며 방송 콘셉트상 바보 캐릭터인 것이지 실제 모습은 바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밀회’를 패러디했던 코너 ‘쉰 밀회’가 재연되자 한층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유아인 역을 맡은 김대희는 마카롱을 보고 “햄버거냐”고 물었고 대선 후보를 놓고 지난 1997년 12월 치러진 15대 대선 후보들은 언급해 시대에 뒤처졌음을 드러냈다. 코너 ‘꺾기도’에는 ‘1박2일’ 멤버 김종민, 데프콘, 정준영이 우정 출연해 김준호의 분장 개그에 웃음을 보탰다. 특집답게 한 코너 한 코너가 빈틈없이 가득했다.
지난 1999년 9월 시작해 18년 동안 이어온 ‘개콘’은 최근 들어 부진상태에 빠졌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고 27.9%(닐슨코리아 제공)라는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 10%를 밑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어서다.
물론 시청률만 놓고 과거와 현재의 흥망성쇠를 비교할 순 없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린 이유가 더 크다. ‘개콘’의 부진은 개그맨들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관찰 예능의 성장과 더불어 예능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세태 때문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코너만 바뀌는 시스템도 고쳐야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최장수 개그 프로그램의 명예를 유지하면서도 달라진 미디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 밤은 ‘개콘’을 보면서 월요병을 날리는 시간들이었다. 오늘 900회를 기점으로 다양한 콘텐츠 양성을 통해 앞으로 1000회, 2000회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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