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시크릿으로 활동하며 한선화는 예능돌, 배우돌을 거쳤다. 지금은 가수가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는 중. 한선화는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굳이 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에 얻은 인지도로 다른 배우들보다 더 빨리 기회를 얻었다며,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하지나 역으로 열연한 한선화는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입이 마르도록 연인 호흡을 맞춘 이동휘부터 고아성, 오대환까지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함께한 배우들을 극찬했다. 그는 이동휘에 대해 “제가 짝사랑한 수준”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휘 선배님과의 호흡은 예상보다 정말 더욱 좋았다. 선배님이 맡은 도기택과 제가 맡은 하지나는 3년이란 연애를 한, 전사가 많은 커플이다. 그렇기에, 선배님도 도기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 동휘 오빠를 통해 많이 배웠다. 영화에서만 뵈었던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서 영광이었고, 시크한데 무심한 듯 챙겨주는 그 모습이 더욱 멋있었다.(웃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고아성에게도 한선화는 “배울 점이 너무 많은 배우”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처음에는 선배님이고, 인정받는 배우이기 때문에 고아성이 어려웠지만,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는 고아성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의외의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인 이용재 대리 역의 오대환도 한선화에게는 롤모델이 됐다.
“오대환 선배님에게는 고마운 게 크다. 선배님 덕분에 배우와 스태프 사이의 미묘한 경계가 와르르 무너졌다. 애드리브도 자유분방하게 해주시니, 저도 이런저런 연기들을 해봤다. 둘이 붙는 신이 많아 전화 통화 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춰보고 했다. 함께 연기를 할 때 마다 디테일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정말 오대환 선배님의 연기는 탐나서 뺏고 싶은 정도다.”
오대환의 연기를 보며 한선화는 ‘연극’이란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 순간에 집중을 하는 연극의 집중력을 느껴보고 싶다며, 언젠가는 연극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꾸고 있다고 한선화는 웃음을 지었다. 어느 틈에 연극 무대까지 꿈꾸게 된 한선화.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굳이 지우고 싶지 않다는 한선화를 보며 문득 그가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시크릿이 되기 전에도 연기 오디션을 보고 다니기도 했다. 나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애였다. 그 땐 가수의 꿈이 더 컸을 뿐이다. 점차 연기를 하다 보니 재능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말하면 얄미워 보일 수 있지만, 무대에서 노래로 감성을 표현하는 것과, 연기로 감성을 표현하는 건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음에 연기를 할 때 밉보이고 싶진 않았다.”
못한다는 소리가 죽어도 듣기 싫어서, 한선화는 모든 일에 이를 악 물고 달려들었다. 연기를 할 때에도 그랬다고. 하지만 한선화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아이돌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 덕분에 자신에게 좀 더 수월하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그에 대해 “참 감사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와 ‘자체발광 오피스’를 함께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참 저기에서 저렇게 연기하고 싶은 배우들도 많을 텐데, 너는 복받은 것’이라고 말이다. 기회가 참 감사한 걸 안다. 참 맞는 이야기다. 제 기회가 다른 신인 배우들에게 갔으면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감사한 마음도 있다. 그렇게 감사한 기회이기 때문에 못하면 더욱 안 되겠구나 싶은 책임감이 컸다.”
그는 자신이 가진 기회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노력했다. 그런 마음가짐 덕분일까. 그는 무난하게 가수에서 배우로 넘어왔고, 기대 이상의 선방을 하고 있다. 그에게 후배 ‘배우돌’들에 조언을 해달라 말하니, 한선화는 “제가 어떻게 조언을”이라며 손사래를 치다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이돌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인지도도, 기회도 말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기회를 소홀하게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도 아이돌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얻는 것도 참 많을 것이다. 저 또한 배우로서 연기의 기회를 얻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 기회가 정말 크고 소중하다는 걸 알면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생각 깊은 대답이었다. 공백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만큼 자신을 다지며 한선화는 머릿속을 떠다니던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하나씩 얻은 듯 했다. 하지만 한선화는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발연기’ 소리만 안 들은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이번 작품이 어찌보면 저의 새 출발인데 잘 지나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저는 작은 것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있다. 무엇 하나 소홀하게 생각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한다. 이 마음 하나만은 자신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을 예쁘게 봐주시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저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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