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쓸모 있고 싶었다”...한선화의 절절한 고백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5.15 14: 55

“공백기를 겪으면서 소소한 꿈이 생겼어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뜻밖의 고백이었다. 늘 발랄하게만 보였던 배우 한선화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잠시 눈물을 훔치는가 싶더니 담담하게, 하지만 진심을 꼭꼭 눌러 담아 말을 이어갔다. 2년간의 공백 동안 한선화는 느낀 것도, 결심한 것도 많은 것 같았다. 
한선화는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 출연했다. 아이돌이 아닌 배우로 연기를 펼친 첫 장편드라마이기도 한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한선화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지나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이에 한선화는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냥 행복하다. 정말 오래만에 한 작품이었다. MBC 단막극 ‘빙구’도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만, ‘자체발광 오피스’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단 생각이 들어 더욱 남달랐던 작품이다. 특히 과거에 호흡을 맞춘 감독님,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선배님들과 함께여서 정말 좋았다.”
완성도에 비해 시청률이 상당히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는 ‘자체발광 오피스’에 대해 한선화는 “물론 시청률이 좋았으면 좋았겠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며 스스로는 얻은 게 너무나 많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묻자 “그걸 지워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수를 하면서 연기를 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제게 기대치가 작으니 조금만 잘해도 잘해 보이지 않나.(웃음) 전 얻은 게 훨씬 많았다. ‘아이돌을 잘 했구나’ 스스로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노래도, 춤도, 예능도 그럭저럭 한 편인데, 열의를 갖고 하다보니 다행히 좋은 결과들을 낳았고, 이런 활동들이 제게 좋은 기회가 이어지도록 해준 것 같다.”
다만, 한선화는 “전보다 사람들이 조금은 더 기대를 하게 되니, 그 기대에 떨어지지는 말자는 심정”이라며 조금씩 늘어가는 부담감을 전했다. 공백기 동안 확실히 감이 떨어졌다며 너스레를 떠는 한선화에 2년 정도 되는 공백기에 대해 물었다. 한선화는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하다 문득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도 눈물을 보며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이돌 할 때에는 정말 바빴는데, 그러다 2년이 통째로 비니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왔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힘든 시간을 조금이라도 일찍 겪었기 때문에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공백기를 언제 또 경험해볼까 싶기도 하다.” 
한선화는 ‘또 오해영’에서 열연한 서현진의 인터뷰 중 “공백기를 이겨내려고, 잘 보내려고 한 게 아니라 버텼던 것 같다”는 말을 언급했다. 그토록 와 닿는 문구를 본 적이 없었다며, 한선화는 자신의 공백기에 대해 “그저 버티고 버틴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 때 소소한 꿈이 생겼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루는 직장인들이 지갑을 들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걸 보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사람이 저마다의 고민이 있겠지만,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요만큼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쓸모 있는 사람’이란 단어를 소중한 듯 내뱉은 한선화는 ‘자체발광 오피스’이 그래서 더욱 애틋한 작품이라고. 정신이나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던 공백기를 지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 했던가. 한선화의 절절한 고백은, 힘든 시기를 거쳐 더욱 성숙해진 그가,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져 있음을 전하는 듯 했다. 
“지금은 쓸모 있어진 것 같냐고? 그렇다. 조금은 쓸모 있어진 것 같다.(웃음) 저는 참 뿌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했고, 그런 역할이 있어 행복했고. ‘자체발광 오피스’가 어떻게 보면 새 출발이었는데, 너무 무겁지고, 가볍지도 않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정말로 감사한 일이었다.”(Oh!커피 한 잔②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화이브라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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