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개콘', 900회 특집 명암과 이로 얻은 값진 교훈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5.17 14: 56

자축하고 축하받아야 할 900회 특집이 때아닌 성토의 장이 돼버렸다. 현존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대표로서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 심기일전하던 가운데 벌어진 논란을 아쉽지만, 이를 통해 얻은 값진 교훈도 있다. 
올해로 19년차, 900회를 맞은 KBS 2TV '개그콘서트'는 지난 14일부터 특집 방송을 시작했다. 1탄 레전트 특집은 김준호와 김대희를 중심으로 유재석-홍인규-이동윤-신봉선-김지민-이상호-이상민-김준현-조윤호 등 역대 '개콘' 개그맨들이 총출동해 후배들과 콜라보 무대를 꾸몄다. 
바로 이 점이 문제가 됐다. 방송을 본 정종철이 자신의 SNS를 통해 "'개콘'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네요. 나름 저에겐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전 900회인지도 몰랐네요. 많이 아쉽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개그콘서트'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임혁필이 "동자야(종철아)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그콘서트'와 아무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는 댓글을 달며 본격적으로 논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기여한 개그맨들을 소외시킨 점을 지적한 정종철의 의견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내준 유재석을 실명 언급하는 임혁필의 태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것. 
결국 '개그콘서트' 측은 오늘(17일) "19년을 함께 하는 동안 수많은 개그맨 분들이 '개그콘서트'를 빛내주셨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힘들게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900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모든 개그맨 분들의 영광"이라며 "그 영광을 함께 했던 개그맨 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모시지 못했던 것은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말씀을 전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이번 논란을 통해 취해야 할 태도는 비난이나 지적에 위축되거나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이슈나 화제만을 위한 900회 특집이 아니라 프로그램과 동거동락한 모든 개그맨을 수용할 수 있는 특집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예전의 전성기를 되찾도록 나아가는 것. 그것이 프로그램과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개그맨들, 그리고 앞으로 '개그콘서트'를 이끌어 나갈 후배 개그맨들에게도 옳은 길이다. 
더욱이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17년까지 19년 동안 시청자들의 곁을 지킨 장수 프로그램이자,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감과 의미가 막중하다. 
이날 '개그콘서트' 측은 1,000회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연 멀지 않은 1000회에서는 이와 같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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