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31·두산)이 세심한 선물 하나로 훈훈함을 남겼다.
두산은 지난 2015년부터 '두잇포유(Doo It For You)'라는 이름으로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잇포유'는 '두산 베어스만이 할 수 있는 소원을 이뤄드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좌석 나눔을 비롯해 난치병 환아, 장애 청소년 초청 시구 등이 실시됐다.
올 시즌에도 두산의 '두잇포유'는 진행됐다. 올 시즌 첫 '두잇포유' 선정자는 뇌성마비 보디빌더 김민규(37) 씨. 김민규 씨는 어린 시절 사회복지사를 꿈꿨으나 뇌병변장애로 거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뇌병변 장애 1호 보디빌더가 됐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제45회 미스터충남선발대회 일반부 -60kg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김민규 씨가 사연을 보낸 이유는 야구가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민규 씨는 "고등학교 때 투수를 하면서 어깨가 좋아졌고, 덕분에 지금 보디빌딩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라며 "이렇게 시구를 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라고 웃어보였다.
이날 김민규 씨가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준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이날 김민규 씨의 시구를 전담했다.
단순히 시구 도우미로 끝날 수 있는 행사였지만, 유희관은 김민규 씨에게 작은 선물을 했다. 바로 휠체어다. 김민규 씨는 거동에 어려움이 있지만, 휠체어가 없다. 이 소식을 접한 유희관은 안타까움에 자신의 사비를 털어 김민규 씨에게 휠체어를 선물했다.
유희관은 "구단 사무실에 자주 왔다갔다 하는 편인데, 우연히 홍보팀에 갔다가 소식을 접하게 됐다. 휠체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유희관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 최동원상 수상 때 기부한 것도 그렇고 유희관이 평소 좋은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단에서 하는 사회공헌 활동 등에도 항상 자신을 불러달라고 말하며 불만 없이 묵묵히 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알게 모르게 선행을 해온 유희관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선행이 주목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유희관은 "많은 야구선수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괜히 나만 유별나게 비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김민규 씨의 시구 도우미로 나선 것 역시 유희관이 자청한 것이다. 유희관은 "힘든 상황에서 보디빌더를 하셨던 분이라 의지도 남다르실 것 같다. 그만큼 시구도 멋지게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민규 씨는 야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유희관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봤다. 유희관 역시 김민규 씨의 남다른 야구 열정에 연신 감탄을 하며 적극적으로 '일일교사' 노릇을 했다.
유희관과 김민규 씨의 열정은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민규 씨는 다소 불편한 자세였지만, 포수를 향해 정확하게 공을 던진 후 밝은 얼굴로 그라운드를 나왔다.
유희관에게 시구 도움을 받고, 뜻하지 않은 휠체어 선물을 받게된 김민규 씨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씨는 "유희관 선수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유희관에게도 김민규 씨와 시간은 소중했다. 유희관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김민규 씨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나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동영상]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