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투수 2명이 괜찮은데…".
매일 아침 2군 퓨처스팀 경기 풀영상을 챙겨보는 한화 김성근 감독은 최근 2명의 투수에게 시선이 꽂혔다. 우완 강승현(32)과 박상원(23)이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2군에 좋은 볼을 갖고 있는 투수 2명이 있다. 146~147km 던진다. 컨트롤만 고치면 괜찮을 것이다"며 1군 콜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감독의 관심에 두 선수도 어느 때보다 힘이 난다.
▲ 강승현, "방출 아픔, 두 번 다시는…"
서울고-단국대 출신 강승현은 186cm 96kg 건장한 체구에 최고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였다. 지난 2008년 2차 3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그러나 1군에선 3시즌 통산 11경기 1패 평균자책점 15.19에 그쳤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롯데에서 방출됐고, 테스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김성근 감독도 "작년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직접 보려고 했는데 (팀 사정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2군에서 12경기 모두 구원등판, 2승2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5.01을 기록 중이다. 최계훈 2군 감독은 "강승현은 롯데 시절 자기 것을 못 던졌다. 최대한 많은 기회를 줘서 자기 것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중이다. 나이는 있지만 147km까지 구속이 나온다. 1군에 파워피처가 없는 팀 사정상 1~2이닝이라도 짧게 막을 수 있는 투수로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강승현은 "다른 팀에서 방출돼 왔는데도 (김성근) 감독님이 언급해주셔 기분이 정말 좋다. 의욕이 더 생긴다"며 "롯데에서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작년에도 1군에서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내가 놓쳤다. 매년 그러다 보니 스스로 허탈했다. 이제는 기회가 오면 꼭 잡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방출 후 야구를 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2주를 보내다 한화에서 테스트를 보자는 연락이 왔다. 지금 이렇게 공을 던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방출 아픔을 두 번는 다시 겪기 싫다"고 말했다.
투수 출신 최계훈 2군 감독으로부터 "포크볼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많이 던지지 않았던 공이지만 빠른 공에 결정구로 조합이 좋다. 강승현은 "좋을 때는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 너무 안 좋다. 안 좋을 때 버텨야 1군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더 완벽하게 만들어 대전으로 가겠다. 한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 박상원, "믿고 내보내는 마무리로 보답"
휘문고-연세대를 나온 박상원은 2017년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이다. 189cm 89kg으로 하드웨어가 뛰어난 박상원은 2군이지만 프로 데뷔 첫 해부터 마무리로 중용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군 10경기 1승4세이브 평균자책점 2.84. 17일 서산 SK전에서 9회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뒤 9회말 역전승과 함께 2군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계훈 2군 감독은 "박상원은 대학 4학년 시절 어깨 부상으로 많은 투구를 하지 못했다. 부상 염려가 있어 컨디션에 맞춰서 투입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최고 152km까지 던진 강속구 투수였던 그는 한때 두산 1차 지명 후부로 거론될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6⅓이닝 투구에 그쳤고, 결국엔 3라운드 순번까지 지명이 밀렸다.
하지만 박상원은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깨 통증을 참고 던질 수 있었지만 임선동 연세대 투수코치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몸 관리를 하고 프로에 온 덕분에 잘 회복됐고, 지금 공 던지는 것도 괜찮다.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던지고 싶다. 최계훈 감독님이 마무리로 믿고 내보내 주시는 만큼 열심히 배우며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박상원은 "아직 김성근 감독님을 한 번도 뵙질 못했다"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놀라워했다.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박상원은 "요즘 들어 변화구도 감이 잡히고 있다"며 "대학 때부터 잘 던지는 선배들이 많아 중간, 마무리로 자주 나갔다. 구원에 특화된 스타일이다. 더 섬세한 제구를 갖춰 1군에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1] 강승현-박상원.
[사진2] 롯데 시절 강승현.
[영상] 17일 SK전 박상원 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