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옥자'→'그후'..칸 황금종려상 저울추가 기울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5.18 10: 55

 사실 봉준호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옥자’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스크린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다양한 언어로 확장해나가겠다는 연출자의 목적의식이 뚜렷한 데다 영화를 보고 만드는 즐거움을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고 사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설국열차’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내놓으며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은 감독 중 한 명이라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그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정치 혼란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과 기대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칸 영화제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제작 영화에 경쟁부문의 문호를 개방하자 전통적인 배급방식을 유지해온 프랑스 극장협회(FNCF)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옥자’를 비롯해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백) 진출했다.

앞서 FNCF 측은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논의 끝에 올해 초청된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는 기존의 방침대로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만 경쟁 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했다. 다만 국내에서 ‘옥자’는 다른 신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제한 없이 6월 29일부터 상영하는 것을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출신 감독이자 올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발언이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는 17일(현지시각) 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면 거대한 모순이 될 것”이라며 ‘옥자’의 수상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미국배우 윌 스미스가 넷플릭스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고 ‘옥자’에 황금종려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앞서 봉 감독은 영화 ‘괴물’(2006)로 감독주간에, ‘도쿄!’(2008)와 ‘마더’(2009)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올해가 네 번째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게 된 것인데, 공식 경쟁 부문에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기대가 높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경쟁부문에 첫 진출한 봉 감독의 ‘옥자’를 최고의 주인공인 황금종려상 수상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을 듯하다. 알모도바르 위원장의 발언이 '옥자'의 수상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수상을 떠나 봉 감독이 다시 한 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로써 함께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 후’(감독 홍상수)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겠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어 ‘그 후’에서 다시 한 번 홍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배우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작품성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사실주의 감독인 그는 영화를 통해 인간 개인의 특수성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이 알고 보면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의 습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만의 관점이 프랑스 평단을 비롯한 세계 영화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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