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채수빈 “‘20대 여배우 기근’이란 말, 속상하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5.20 10: 00

배우 채수빈이 배우로서, 20대 여배우로서의 고민과 계획을 밝혔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가령 역으로 활약한 채수빈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많은 시청자에 호평을 얻었다. 까다로운 장면들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배우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알린 셈. 사극에 거친 환경에서 절절한 감정을 토해내야 하는 장면이 많아 남다른 준비를 했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별다른 준비를 많이 안 했다. 내려놓는 연습을 한 것 같다. 부담을 내려놓고 최대한 현장에서 어떻게 풀지를 연습했다.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계획보다는, 가령에 몰입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반응이 좋았던 장면들은 거의 그렇게 나왔다. 그래서 많은 명장면이 생각지도 못하게 반응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시청자로부터 ‘믿을 수 있는 연기력’이란 극찬을 받았으나, 관심이 많은 만큼 일명 ‘악플’도 존재했던 바. 가장 기억에 남는 ‘악플’이 있었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채수빈은 “미간 넓다, 못생겼다는 말은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못생겼다거나 미간이 넓다거나, 이런 말은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렇게 생긴 걸 고칠 수는 없으니까.(웃음) 하지만 연기 연습해야 한다고 하는 말은 기억에 남았다. 연기적으로 안 좋은 말을 하면 상처가 좀 되더라. 악플은 보면 볼수록 심신에 좋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왜 스트레스를 사서 받아야 하나 싶고. 그래서 팬카페와 인스타그램에서만 팬들과 소통하고, 기사 댓글들은 안 보려고 노력한다.”
1994년생인 채수빈은 ‘소처럼’ 일한 덕분에, 데뷔한 년도에 비해 작품 수가 많고 그만큼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 채수빈에 데뷔한 후 달라진 일상이 있느냐 물으니 “상상하던 것보다는 좀 달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막연하게 꿈꿔왔던 직업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조심해야 할 부분도,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고. 
“운이 좋아서 어느 순간부터 좋은 감독님을 만나고,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참 많은 걸 배웠다. 하지만 그 외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선배님들도 그런 부분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 친구들에 미안하더라.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생기는 것 같다.”
그가 배우가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 덕분이었다. 채수빈은 “야자 끝나고 친구랑 집에 가는데 신호등 앞에서 아저씨 한 분이 ‘연기할 생각 없냐’고 물었다. 무서울 법 하지 않나”라며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스무 살부터 연기를 하게 됐다.  
“배우가 되고 깨진 환상이 있느냐 물으신다면, 환상이 깨졌다기보다 상상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토리대로 촬영하는 줄 알았던 드라마는 장소별로 신의 순서를 바꿔서 찍는다거나 하는 것들. 특히 연기는 알 것 같으면 미궁으로 빠지는 그런 게 있다. 그래서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배우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하고 꿈도 안 꿨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잘 된 편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연예계에는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채수빈도 20대 여배우인 만큼, 이 단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채수빈은 이 말을 듣자마자 대번에 “속상하다”고 답했다.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진정한 아쉬움을 담아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20대 여배우 기근이란 말을 들으면 속상하다. 잘하는 배우들이 정말 많이 있는데 말이다. 기회가 많지 않다. 솔직히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배우들이 좋은 역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어쨌든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는 건 변함없다. 마음을 열고 그런 기회를 주고,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데뷔 후 지금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채수빈은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소수빈’이란 말을 듣고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그는 “비정규직이니까 쉬면 불안하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상을 위해서도, 돈을 위해서도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상 욕심은 많지 않고, 돈을 바라보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연달아 좋은 기회들이 왔는데,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소처럼 일하게 됐다. 물론 제 시간을 가지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 아니냐.(웃음) 쉬고 있으면 불안하기도 하고, 일할 때가 가장 좋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서 작품 들어가기 전이 스트레스 최고조”라며 ‘다음 작품’을 최고의 고민으로 꼽은 채수빈. ‘역적’을 끝낸 후 곧바로 KBS 2TV ‘최강배달꾼’으로 찾아올 그는 다시금 마음을 재정비하고 돌아올 그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yjh03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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