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이른바 ‘교도소 작품’의 붐이다. 올 3월 개봉한 ‘프리즌’(감독 나현), 최고 시청률 28.3%(닐슨 제공)로 대박을 낸 SBS 드라마 ‘피고인’,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불한당’(감독 변성현)까지 범죄 드라마의 돌풍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개봉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도 마찬가지다. 모두 교도소에 수감된 입소자들이 모의해 범죄를 꾸미고 사고를 친다는 줄거리가 핵심을 이뤘다.
교도소가 제2의 사회라는 것을 열망적으로 표출됐다고나 할까. 이 작품들이 대중에 공개되는 동안 쏟아진 비평과 호평은 범죄 드라마의 수준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우리사회의 수준도 가늠하게 해줬다. 이 작품들의 흥행으로 볼 때, 즉 교도소를 다룬 범죄 드라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는 여전히 높으며 지금에도 여전히 중요한 장르 중 하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100% 가상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브라질 중부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베네수엘라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범죄조직이 교도소에서 마약과 무기를 밀매하고, 폭력과 살인을 일삼으며 사실상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해외 뉴스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교도소 범죄율은 비교적 전무한 편이다.
과거에는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 앞장서는 교도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가령 ‘하모니’(2010) ‘7번방의 선물’(2013) 등이 그러하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가는 교도소에 합창단이 결성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슴 찡한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나 외부인 출입금지인 교도소에 아이를 반입하기 위한 사상초유의 합동 작전이 펼쳐지는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풀어냈었다. 하지만 갈수록 영화 속 교도소가 ‘범죄의 온상’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프리즌’은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켰고, ‘불한당’은 마약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남자와 패기 넘치는 신참 입소자가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끈끈한 의리를 다져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같은 이야기는 극적 재미와 배우들에게 인물표현의 자유로움을 주지만, 강한 성격 연기의 여지를 갖게 되며 경쟁적 구도 대문에 경쟁적으로 연기 잘하기에 몰두하게 된다. 이 작품들이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아직도 범죄 드라마에 호응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문화평론가 공희정씨는 OSEN에 “전통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도소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교화의 장소였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들어왔거나 죄를 짓고 들어왔어도 기본적으로 교화가 기본이었다”며 “하지만 ‘프리즌’의 경우 교도소에서 나가려 하지 않는다. 그건 밖의 세상이 얼마나 던적스런 곳인 지에 대한 역설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곳, 어둠의 세계이지만 능력자들이 모여 두려울 것이 없는 교도소를 무대로 삼는 것은 힘과 권력을 가진 자라도 그것을 부정한 곳에 사용한다면 칼이나 총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교도소라는 갇힌 공간을 콘텐츠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은 교도소가 교화를 위한 억압의 공간이란 개념을 과감히 깨면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정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이 대한민국을 휘둘렀던 지난 겨울, 그리고 장미대선, 국정농단 사건들이다”라고 부연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