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리고 있는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나란히 경쟁부문에 진출해 어느 해보다도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매년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단의 면면에 따라 심사기준과 그 선택이 다르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영화제의 '성향'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혹자는 칸이 사랑하는 감독은 따로 있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성찰로 귀결된다고도 한다. 최근 5년간 칸이 선택한 황금종려상 작품들에 대해 살펴봤다.
- 트리 오브 라이프(2011)
테렌스 맬릭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명성만큼이나 칸 역시 주목했던 영화로 한 가족의 역사와 함께 우주와 생명의 역사를 담았고 테렌스 말릭 감독 특유의 영상 철학이 담겨있었다.
칸 공개 당시 야유와 갈채를 동시에 받는 등 극과 극의 양분된 평가가 유명했다. 심사위원장이었던 로버트 드 니로는 황금종려상 선정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트리 오브 라이프'가 황금종려상에 가장 적절한 영화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가 황금종려상을 받아야했지만 그의 나치 옹호 발언 때문에 수상에서 제외됐다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칸 국제영화제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 아무르(2012)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죽음을 앞둔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80대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당시 한국 영화로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바다.
'아무르'는 칸 국제영화제 초반부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였고, 결국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하얀 리본'에 이어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했다. 올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 엔드'가 역시 경쟁부문에 진출한 상황. 그가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차지한다면, 칸 역사상 최초로 3회 수상을 기록하게 된다.
-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례적으로 감독과 배우가 함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과 주연을 맡은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2013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10년 출판된 쥘리 마로의 동명 프랑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동성애를 소재로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러 이슈가 있었다. 영화에서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을 펼친 레아 세이두는 한 인터뷰에서 "감독의 요구사항은 상식을 넘어섰고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다"라고 언급해 전세계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촬영 과정의 끔찍함을 토로했던 레아 세이두는 한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펑펑 눈물을 흘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했다. 이후 인터뷰들에서는 직접적으로 이에 대해 해명하기 보다는 '많이 배웠다', "감독님을 원망한 적은 없다"라고 톤 수정을 했던 바다. 어찌됐던 이런 논란 속에서도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거장으로 올라섰고, 레아 세이두는 연기파 톱스타가 됐다.
- 윈터 슬립(2014)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터키 영화로 작가 안톤 체호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일상 속에서 심도있게 다뤘다.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물음,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고립된 존재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인 캠피온 감독은 "영화의 리듬이 완벽했다"라고 평했다. 터키 영화로는 두 번째 황금종려상 영광이었다.
- 디판(2015)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등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에 관심을 보여왔던 자크 오디아르의 작품으로 프랑스로 망명하기 위해 신분을 위조하여 가짜 가족이 된 두 남녀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유럽 난민 문제를 다뤘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강렬한 드라마는 실제 난민 출신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해 더욱 사실적으로 탄생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2009년 '예언자'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5년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영국의 노장, 여전히 '꼬장꼬장'한 켄 로치 감독의 저력이 드러난 영화. 지병으로 인해 일을 쉬게 된 목수 다니엘이 자신의 연금받을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복지제도의 허점을 꼬집은 영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해 보는 이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든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 해에는 황금종려상 이슈보다도, 2위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에 캐나다 스타감독 자비에 돌란 의 '단지 세상의 끝'이 돌아가 그 '적절성' 문제가 논란이 됐던 바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역시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 nyc@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