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상해’에 고구마 전개란 없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돌고 도는 건 여느 드라마에도 있는 설정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다음 회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사이다 엔딩이다. 최고 시청률이 30.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청자들 역시 ‘아버지가 이상해’를 보는 깊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일 터다. 사이다 엔딩이란 사이다와 엔딩의 합성어로, 답답하거나 불쾌한 일이 통쾌하게 해결된 상황을 보여주는 엔딩을 말한다.
예를 들면, 직장 내 갑을 관계였던 배우 안중희(이준 분)와 소속사 직원 변미영(정소민 분)이 서로를 배다른 남매로 알고 집에서 마주치는 장면이나 헤어진 차정환(류수영 분)과 변혜영(이유리 분)이 다시 반가운 얼굴로 만나 재회에 대한 관심을 높였던 것이 그랬다. 또 동거하던 정환과 혜영의 집에 양측 어머니가 나타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20일 방송된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 연출 이재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별에 슬퍼하던 혜영은 이날 정환이 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방송국 앞으로 달려가 그에게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만나자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그는 결혼 말고 연애만 하겠다는 혜영을 다시 한 번 힘겹게 뿌리치고 말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이불 속에서 울던 혜영 앞에 갑자기 정환의 어머니 오복녀(송옥숙 분)가 나타났다. 이유인즉슨 정환이 혜영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어머니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베트남 파견 근무 신청을 했고, 살던 집까지 내놓으면서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세 높던 복녀가 몸을 낮추고 혜영에게 찾아간 모습에서 다음 회에서 사과를 하고 아들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을까하는 내용을 예상해볼 수 있었다. 또 ‘복녀 트라우마’로 결혼 생각이 없던 혜영이 그녀의 굴복으로 승기를 쥐면서 결혼까지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이상해’만의 매력은 김영철 김해숙 류수영 이유리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퇴근 후 집에 있는 30대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민낯으로 열연을 벌인 이유리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또 현실성을 높인 주인공들의 처지와 상황,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의미심장한 의미를 남기며 가슴에 콕콕 박힐 때가 많다. 그런 드라마를 보는 재미 또한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만 발견되는 기쁨이 아닐까 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