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 슈퍼돼지 옥자다.
지난 19일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옥자'(감독 봉준호)에서는 사랑스러운 슈퍼돼지 옥자가 최초로 공개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마와 돼지를 합쳐놓은 듯한 외양의 옥자는 때로는 엄마처럼 포근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편안하다. 동생처럼 귀엽다가도, 위험에 빠진 미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용맹하다. 아기코끼리 덤보를 연상시키는 두 귀를 펄럭거리며 애교를 부릴 때는 사랑스럽지만, 미자(안서현)의 감정까지 들여다보는 맑은 눈은 가끔 슬퍼보인다. 풀이 죽을 때는 앓기도 하고, 미자에게 의사를 표현하는 듯한 울음을 보이기도 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생명체이지만,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듯한 생동감은 옥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과연 옥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옥자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20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인터컨티넨탈 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이 속시원히 답했다.
"옥자라는 동물을 처음 상상할 때 덩치는 큰데, 정말 내성적인 얼굴을 상상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억울하게 생긴 얼굴, 뭐가 저렇게 슬플까, 뭐가 저렇게 억울할까를 생각했다"며 "옥자의 얼굴에서 모든 게 시작이 된 것"이라고 옥자의 얼굴 생김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옥자 생김새의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 것은 매너티라는 동물. 영화 '괴물' 속 실감나는 괴물의 형상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이 이번에도 옥자의 디자인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매너티의 얼굴을 장희철 디자이너에게 줬다. 가장 수줍고 순둥이 같은, 남이 공격해도 당하기만 하는 순한 인상을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돼지, 하마, 코끼리가 다 섞여 있는데 얼굴은 매너티의 얼굴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담은 옥자의 목소리는 배우 이정은이 맡았다. 영화 '옥자' 속 옥자 목소리의 30%는 이정은이 담당했다고. 특히 이정은은 특별 출연으로도 '옥자'에 깜짝 등장해 영화의 보는 재미를 높인다.
봉준호 감독은 "목소리만 나오면 섭섭하시니까 특별출연으로도 모셨다. '마더'에서도 같이 했었고,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같이 하고 싶다"며 "뮤지컬 '빨래'에서도 정말 멋있는 연기를 보여주신다. 뮤지컬 연기를 한다는 건 목소리에 탁월한 콘트롤이 가능하다는 거다"라고 이정은에게 옥자의 목소리 연기를 부탁한 이유를 밝혔다.
이정은이 옥자 캐릭터에 너무 깊게 몰입해 미안했다고 고백한 봉준호 감독은 "녹음실에서 옥자의 감정까지 소화하면서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소리를 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진짜 고생하시면서 했다"며 "이정은 씨 덕분에 옥자의 섬세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이정은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했다.
옥자의 목소리는 이정은의 섬세함에 진짜 돼지 소리를 합성한 것. 봉 감독은 "'디스트릭트9', '반지의 제왕'을 한 사운드 엔지니어가 '설국열차'에 이어 '옥자'도 담당했다. 뉴질랜드에 독특한 돼지가 많은데, 그 돼지의 소리를 따서 디지털로 변조를 했다"며 "감정이 필요한 부분은 이정은 씨 목소리를 융합해서 사용했다"고 실감나는 옥자 목소리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옥자'는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오는 6월 28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되고, 국내에서는 6월 29일에 개봉한다. /mari@osen.co.kr
[사진] '옥자'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