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가 최초로 공개됐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감독 홍상수)는 21일 기자 시사를 통해 최초로 베일을 벗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해 칸영화제 기간에 촬영된 영화로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홍상수의 뮤즈' 김민희, 그리고 정진영과 장미희가 출연한 작품. 69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눈길을 끄는 '클레어의 카메라'는 정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영화사에서 해고당한 만희(김민희)가 영화제가 열리는 칸에서 사진을 찍는 고등학교 음악선생님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나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만희는 영화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직원이지만,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와 술에 취해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상사(장미희)에게 칸 현지에서 해고당한다. 방황하던 만희는 우연히 해변에서 사진을 찍던 클레어와 만나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클레어는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인물이다. 클레어는 해변에 위치한 터널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졌으며, 사진을 통해 자신이 찍은 사물과 인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가졌다. 만희와 대화를 나누던 클레어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얼마전 세상을 떠났으며, 서점 주인이라고 고백한다. 홍상수의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김민희와 서화영이 찾았던 서점 주인이 암으로 투병중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두 작품의 희미한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연이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인 영화로 알려졌지만, '클레어의 카메라'의 주인공은 오히려 김민희였다. 갑작스러운 해고부터 마지막 결말까지, 모든 것은 김민희의 이야기로만 흘러갔다. 극 중 영화감독 소완수 역을 맡은 정진영은 실제 홍상수 감독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모습.
'클레어의 카메라'가 불륜설이 본격적으로 수면에 드러나기 전인 지난해 5월 촬영된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홍상수 감독을 꼭 닮은 정진영의 대사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정진영은 자신과 오래 남녀사이로 지내왔던 장미희에게 "신경 많이 쓰이지, 내가 잘못했으니까", "우리가 오래 가려면 자기가 곱고 서로가 좋을 때 지금 딱 서로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등의 대사를 늘어놓는가 하면, 김민희에게는 "스스로를 눈요기감으로 전락시키지마. 남자들의 싸구려 눈요기감이 되고 싶니?", "넌 정말 예뻐. 넌 정말 예쁜 영혼을 가지고 있으니, 뭘 홀리려고 하지도 말고, 뭘 팔려고 하지도 마"라고 호소한다.
올해 '클레어의 카메라', 그리고 '그 후'로 칸을 찾은 홍상수는 또다시 김민희 이야기로 스크린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홍상수의 유일한 뮤즈는 김민희 뿐이라는 것을 또다시 강조하듯, '클레어의 카메라'를 그리는 홍상수의 카메라는 김민희를 좇고 있었다. /mari@osen.co.kr
[사진] '클레어의 카메라'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