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에서 이어집니다.)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고아성은 울고, 뛰고, 무릎을 꿇었다. 머리는 산발에, 울 때는 온 얼굴을 찌푸린다. 그래도 여주인공인데, 라는 말에 고아성은 미소를 짓는다. “제게 여주인공이란 포지션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지난 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주인공 은호원 역을 맡은 고아성은 종영 소감을 물으니 대번에 “모든 배우들, 스태프들 보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종영 직후 화보 촬영차 해외를 다녀왔다는 그는 “외국에 있는데도 자꾸 스태프들 얼굴이 떠올랐다”고 웃음을 지었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좋은 현장이었다. 내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아쉽다. 모든 장면이 곱씹을수록 아쉽다. 매번 촬영을 끝낸 이 맘 때쯤이면 이런 심정인 것 같다. 한 번 작품으로 찍으면, 5년 뒤에서야 마음 편히 볼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촬영 때 생각이 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자체발광 오피스’도 마찬가지 아닐까. 5년 정도 후에야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을(乙) 중의 을인 계약직 은호원의 대기업 적응기를 그렸다. 부당한 대우에 울음을 삼킬 때도, 상사들에 쓴소리 하는 사이다도, 서우진 부장(하석진 분)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있었다. 취준생이나 이제 막 취직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장면들이 특히나 많았다. 그에게 가장 슬펐던 장면이 어떤 것이냐 물었다.
“동생의 편지를 받고 우는 장면이 있다. 사실 원래는 그렇게까지 많이 우는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편지가 정말 슬펐다. 동생으로 나온 배우 분이 직접 그 편지를 쓰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원래는 글씨를 정말 잘 쓰는 분인데 일부러 편지에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썼다더라. 그 편지를 읽는데,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서 정말 많이 울었다.”
가장 설렜던 신으로는 서우진 부장(하석진 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은호원에 펜을 선물해주는 장면이었다고. 폼나게 사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결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란 의미를 지닌 펜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아성은 ‘자체발광 오피스’를 설레게 만든 하석진과의 케미에 “원래는 멜로라인이 아예 없었다”는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멜로라인이 아예 없는 드라마였다. 어떤 설문조사를 봤는데 드라마를 보며 가장 거슬리는 부분으로 ‘갑작스러운 멜로’가 1등을 차지했더라. 그걸 본 후 항상 드라마를 하면서 멜로에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하석진 씨가 그 어려운 밸런스를 굉장히 잘 잡아주셨다. 감독님께서도 저와 하석진 씨의 투샷을 보고 나서 ‘멜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말해주시더라.”
명대사가 많기로 유명했던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느냐 물었더니 고아성은 “오늘만 행복하자, 그러면 매일이 행복한 날들이 될 거다”라는 대사를 읊었다. 은호원이란 캐릭터에게도, 고아성이란 인간에게도 크게 와 닿았던 대사였다며 고아성은 당시를 떠올렸다.
“평소에 제가 그렇게 밝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드라마를 하면 자연스럽게 ‘점화’시키는 그런 게 있다. 그렇게 3개월을 꽉 차게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되돌아보니 촬영기간 동안 밝은 시절을 보냈더라. 원래의 내가 어떤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체발광 오피스’를 하면서만큼은 밝은 고아성이었구나, 생각하며 그 대사를 생각하게 됐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고아성에게 “끼를 다 펼칠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그는 희로애락을 다 펼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는데 은호원이 바로 그였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이지만, 고아성은 울 땐 그 누구보다 찌푸리며 서럽게 울었고, 망가지는 장면에선 거침없이 망가졌다. 그는 “나의 연기 스타일”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예쁜 척하지 않고 오는 게 내 스타일이다. 특히 슬픈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울어야 시청자가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정을 다 쓰는 것 같다. 여주인공인데 신경쓰이지 않느냐고? 여주인공과 같은 ‘포지션’은 내게 전혀 중요치 않다.”
여주인공보단 배우이길 원했던 고아성. ‘자체발광 오피스’로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고아성이 배우로서 또 어떤 변신을 하게 될지 벌써 기대감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