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터널'이 박수를 받으며 21일 종영했다. 장르물 명가 OCN의 자존심을 세운 이 작품은 마의 6%대 시청률까지 깨부수며 안방을 장악했다. 미니시리즈 입봉작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이은미 작가와 신용휘 감독의 호흡은 찰떡이었고 최진혁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은 매회 안방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분명 아쉬움은 존재하는 법. 21일 마지막 회에서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 스토리 전개는 열혈 시청자들에게 2% 아쉬운 대목으로 남게 됐다.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는 이런 것들이다.
# 왜 터널인가?
'터널'은 1986년의 열혈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터널 속에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던 중 2017년으로 의문의 시간 이동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에서처럼 터널은 주인공이 타임슬립하는 중요한 공간. 하지만 왜 하필 터널인지, 그곳에서 30년간 타임슬립이 가능했던 이유, 박광호가 다시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까닭 등은 여전히 물음표를 안긴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만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쉬운 구성이다.
# 뒤바뀐 과거 현재 미래
박광호는 결국 2017년에서 30년간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 목진우(김민상 분)를 잡았다. 목진우는 미군들에게 몸을 팔던 엄마의 죽음 이후 여성들을 살인하면서 스스로 정당화 한 소시오패스였다. 현재의 목진우가 잡혔으니 과거 역시 변화의 조짐이 생겼을 텐데 마지막 회에 이를 담기엔 벅찼던 걸까. 그저 "모르겠다. 과거로 가보면 알겠지"라는 박광호의 대사만 나왔을 뿐이었다.
# 88광호의 비중
마지막 회에서 박광호는 목진우를 추적하다가 살해당한 88년생 박광호(차학연 분)의 납골당을 찾아 "네 덕분에 범인을 잡았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의 집 마당에서 목진우가 진범임을 암시하는 증거가 담긴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너무 싱겁게 발견된 휴대전화부터 88 박광호를 연기한 차학연의 비중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비록 1988년으로 돌아간 박광호와 88년생 박광호의 인연이 시작된 내용은 흐뭇했지만 비중 있는 캐릭터의 후반부 실종은 팬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 신재이 캐릭터의 고구마화
'터널'은 3월 25일 첫 방송 이후부터 쫄깃한 긴장감과 유머 코드를 살린 휴머니즘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은 답답한 전개에 가슴을 쳤다. 특히 신재이(이유영 분)가 범인을 잡기 위해 스스로 희생양이 되겠다고 나서는 부분은 '민폐 여주인공'의 흔한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맥이 빠졌지만 끝까지 '터널'을 믿었고 마지막 회에서 평균 6.5%, 최고 7.1%를 기록(닐슨코리아/전국기준)하며 유종의 미를 선사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OC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