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의 초반은 '옥자'가 모두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7일 개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이제 중반을 넘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의 가장 큰 이슈는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경쟁 부문 진출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그리고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의 높은 천장을 뚫은 가운데, 연일 칸에서는 '옥자'에 대한 이슈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개봉 전부터 '옥자'는 칸영화제 최고의 뜨거운 감자였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을 두고 "프랑스 법을 위반했다"는 프랑스 내부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칸영화제 측은 고심 끝에 올해 초청은 그대로 유지하되,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만 경쟁 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격 변경했다.
넷플릭스 측은 프랑스 내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약 1주일간 제한 상영의 가능성도 타진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옥자' 측은 이를 위해 비자신청까지 마쳤지만, 프랑스 국립영화위원회 측은 "일시적인 비자로 프랑스법을 우회할 수는 없다"고 비자신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칸영화제 개막 이후에는 '옥자'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개막 직후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스크린에 상영하지 않는 작품에 황금종려상 등 상이 돌아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오해가 있었다"며 "모든 영화를 동일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거듭 해명에 나섰다.
칸을 집어삼킨 '옥자'의 이슈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옥자'가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첫 선을 보이는 공식 상영회에서는 마스킹 문제로 시작한지 8분만에 상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칸영화제 측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탈스크린을 선언한 '옥자'가 하필이면 관객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에서 극장 영화가 흔히 겪는 마스킹 문제를 겪었다는 점이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지난 19일 기자 시사를 시작으로 공식 상영까지,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최초로 공개된 '옥자'는 해외 유력 매체의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들고 있다. 가디언즈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넷플릭스는 '옥자'가 작은 화면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 정말 만족할 수 있느냐. '옥자'를 아이패드용으로 축소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5점 만점을 매렸지만, 텔레그래프는 "소녀와 돼지의 이야기로 관개에게 울림을 오히려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3점을 줬다.
이제 칸영화제 후반부에서는 '옥자'가 과연 수상 후보에 꼽힐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다소 엇갈리는 평가 때문에 매우 유력한 후보로도 꼽기에는 어렵다.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서 아예 수상권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하나씩 베일을 벗어 가고 있는 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들과 비교해 '옥자'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칸영화제 후반부의 또다른 재미가 될 예정이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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