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한 두 편의 영화를 칸영화제에서 공개한다.
홍상수 감독은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그 후'가 경쟁 부문에, '클레어의 카메라'가 비경쟁 부문인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 동시에 서로 다른 부문에 초청되기란 쉽지 않은 일. 홍상수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 기간에 촬영된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로 스페셜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작 발표 전까지는 별다른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던 '그 후'로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칸이 사랑하는 감독'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기자 시사와 공식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클레어의 카메라'는 전작보다 한층 가벼워진 홍상수의 작품 세계와 여전한 홍상수식 유머 코드로 전 세계 취재진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칸영화제 기간, 떠들썩한 크와세트 거리가 아닌, 칸의 뒷골목을 구석구석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출장차 영화제가 열리는 칸을 찾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해고당한 만희(김민희)의 이야기를 그린 '클레어의 카메라'는 시사에서도 좋은 분위기 속에 호평이 쏟아졌다.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은 바 있는 이자벨 위페르가 "내 생애 칸에 와본 것은 처음"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하거나, 갑작스럽게 양혜(장미희)에게 해고를 통보받은 만희가 "회사 잘린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자"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취재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박수와 환호도 끊이지 않았다.
당초 주인공이 '프랑스의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로 알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연 '클레어의 카메라'는 김민희의, 김민희를 위한, 김민희에 의한 영화였다.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여전히 홍상수의 뮤즈로서 최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김민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 시사를 본 국내외 취재진 역시 '베를린의 여왕'이자 '홍상수의 뮤즈' 김민희의 연기와 캐릭터에 대해 더할 나위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제 후반부의 관심은 '그 후'에 쏠릴 전망. 21일 '클레어의 카메라'를 공개한 홍상수는 22일에는 '그 후'의 공식 일정을 이어간다. '그 후'는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가 주연을 맡아 더욱 주목도가 높은 작품이다. '클레어의 카메라'가 호평을 받은 만큼 '그 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
특히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지난 3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항간의 소문을 사실로 인정한 후 칸영화제를 통해 약 2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 영화처럼 사랑, 혹은 불륜에 빠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클레어의 카메라'도 마찬가지. 오랜 사랑의 동반자를 향한 "당신이 고울 때, 우리가 좋을 때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영화감독 소완수의 호소, 좋아하는 어린 여자를 향해 "다른 남자들의 싸구려 눈요깃감이 되고 싶니"라는 불같은 질투는 그들의 연애를 엿보는 것 같은 묘한 감정까지 들게 만든다.
허구와 현실, 그 어딘가 즈음에 서 있는 홍상수 감독 작품들의 특징은 최대 약점이자 동시에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또한 '클레어의 카메라'가 비경쟁부문에 올라있긴 하지만, 두 개의 작품이 동시에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신호다. 과연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뮤즈 김민희와 함께 황금종려상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탈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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