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가 광해로 분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광해는 이전에 이병원, 차승원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연기한 광해와는 또 다르다. 여진구 표 광해의 탄생이다.
여진구는 영화 '대립군'에서 나라를 버린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전쟁터로 뛰어든 광해군 역을 맡았다. 광해군은 역사 속 수많은 왕중에서도 유독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인물 중 하나. 특히 '광해: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과 MBC 드라마 '화정'의 차승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광해 캐릭터로 꼽힌다.
때문에 선배들의 뒤를 이어 광해를 연기하게 된 여진구의 부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여진구는 "역할이 광해이고 신분도 왕세자였지만 그렇게 신경쓰면서 연기하지는 않았다"라며 "캐릭터 자체가 지금까지의 왕이나 왕세자와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을 가장 감독님과 초반부터 주안점으로 두고 연구를 했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또한 '대립군' 속 광해는 백성들의 곁에 남기를 택하며 작금의 현실에도 많은 바를 시사한다. 여진구는 "토우(이정재 분)가 '왕이 되고 싶지 않은가' 했을 때 '내 백성이 되고 싶은가' 되묻는 느낌이 광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만큼 백성들을 아끼고 군주로서가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백성을 위한 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여진구는 영화 속에서도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굶주린 자신에게 식량을 내어준 백성들에 대한 보답이자 위로의 뜻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여진구는 춤 선생님에게 직접 춤을 배우기도 했다며 "현장에서는 다 까먹고 무열 선배님이 노래도 불러주시니까 연습한 것과 다른 느낌으로 췄는데 다행히 광해 느낌이랑은 맞았던 것 같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연출을 맡은 정윤철 감독도 여진구의 광해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 영화는 광해가 군주가 되기 한참 전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어린 세자로서 어떻게 어려운 전쟁을 치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라며 "광해의 성장 드라마로서 이야기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대립군'은 광해의 성장스토리이자, 또다른 도전에 나선 배우 여진구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날 여진구 역시 "광해를 연기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스스로도 성장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어떤 역에서든 광해처럼 무언가 급작스럽게 공허함을 느낄 때 '대립군'이라는 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며 스스로의 성장을 인정했다. 과연 관객들 역시 이러한 여진구의 성장에 박수를 보낼지 추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