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의 최대 수확은 이보영도 이상윤도 아닌 권율의 재발견이다. 무수히 많은 반전이 그려졌지만, 이토록 짜릿한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권율이 보여준 연기는 극찬 받아 마땅했다.
권율은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변호사 강정일 역을 맡아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강정일은 법률회사 태백을 위해, 또 연인이었던 최수연(박세영 분)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남자였다. 탁월한 머리와 재능을 겸비했으며, 태백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최일환(김갑수 분)이 최수연과 이동준(이상윤 분)을 결혼시키면서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이동준과 태백의 진정한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그는 끝없이 펼쳐지는 배신의 향연 속에서 분노하며 맹공격을 펼쳤다. 죽고 못 살 정도로 애틋했던 최수연과도 등을 돌린 그는 최일환에 의해 살해 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응징을 하려 하다 결국 법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권율은 이런 강정일을 입체적으로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동준, 신영주(이보영 분)의 반대 편에 선 악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귓속말' 성공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권율이 극 속에서 보여준 연기와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강정일은 감정적으로 냉정과 열정을 오가야 하는 만큼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인물. 특히나 배신과 반전이 난무하는 극 속에서 악역으로서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기에 권율이 가져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했을 터. 하지만 권율은 17회 동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게감을 꽉 잡아주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막판까지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 권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강정일이자 '귓속말'의 성공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