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이 모자랐다".
김성근(75) 전 한화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음 한화에 왔을 때처럼, 마지막 날에도 웃으며 팀을 떠났다. 물론 그때와 지금 김 전 감독이 짓는 미소의 의미는 다르다. 회한 가득한 2년 반의 시간, 애증의 한화를 떠나는 날, 김 전 감독은 "내가 많이 모자랐다"고 돌아봤다.
김 전 감독은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하루 전날 사의 표명이 최종 수용되면서 김 전 감독은 한화와 공식 결별했다. 선수단과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김 전 감독은 마지막 인사를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정오에 선수단 전체 소집이 걸렸다. 김 전 감독이 주제한 마지막 선수단 미팅이었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선수단 앞에 선 김 전 감독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 건강하게, 열심히 해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몇몇 선수들과 악수를 한 뒤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구장 앞 주차장에서는 여성팬들이 건네준 장미꽃 세 송이를 흔들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게 김 감독은 대전을 떠났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시즌 중 하차한 김 전 감독은 이 점이 많이 아쉬웠다. 그는 "그래도 시즌은 끝까지 마치고 그만 둬야 하는데 내가 모자라서 이렇게 됐다. 내가 많이 모자랐다"고 자책했다. 남은 코칭스태프에게도 "시즌 마무리를 못하고 중간에 먼저 나가게 돼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김 전 감독은 "내가 참으면 되는 건데… 참았어야 하는데 참지 못한 내 잘못이다"며 "갑자기 팀을 떠나게 돼 선수들과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인사를 안 하고는 떠날 수 없겠더라"고 야구장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지난 2년반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들을 작별 인사는 하고 싶었다.
선수들 못지않게 자신이 데려온 코치들도 눈에 밝혔다. 김 전 감독은 "김광수 수석, 계형철 코치도 그만뒀더라. 이철성·최태원 코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팀이 크게 바뀔 것 같다. 떠나는 사람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이 온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대전 숙소에서 짐 챙기고 서울 집으로 가려 한다. 이제 할 일이 없어졌으니 낮에는 자고, 밤에는 술 먹고 지내야겠다"며 껄껄 웃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년반의 한화 감독생활을 마감한 김 전 감독은 그렇게 다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