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발표 초반의 혹평을 딛고 1위에 올랐다. 반응은 뜨겁고, 중독성은 최고치다. 박진영이 곡을 만들고, 포인트 안무도 직접 짰다. 어떤 노래를 설명하는 것 같은가. 바로 트와이스의 '시그널'이다. 또 원더걸스의 '텔미' 이야기다.
트와이스 '시그널'과 원더걸스 '텔미' 사이에는 미묘한 평행이론이 구성된다. 방송을 통해 혹평을 이겨냈다는 점이 공통된 사항. '텔미'와 '시그널' 모두 공개 직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7년 '텔미' 발표 당시 복고풍 음악은 대중의 귀를 사로잡지 못했다. JYP 내부에서도 '텔미'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을 정도. '시그널'은 밝고 경쾌한 느낌 대신 힙합적 그루브를 섞어 난해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음악방송 이후 두 곡 모두 역주행 끝 1위를 거머쥐었다. '텔미' 공개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원더걸스는 혹평 속에 첫 음악방송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전무후무한 복고 콘셉트의 걸그룹이 무대에 올라 살랑살랑 춤을 추는 순간, '텔미'는 진정한 메가히트의 시작을 알렸다.
'시그널'도 마찬가지다. 단순 밋밋하다는 초반 혹평을 잠재운 건 트와이스의 컴백 무대 이후였다. 통통 튀는 트와이스의 기존 곡 대신 단순해지고 그루비해진 '시그널'의 무대를 살린 건 트와이스 멤버들의 콘셉트 소화력이었다. 일주일의 음악방송 활동 후, '시그널'은 차트 1위를 탈환했다.
신기하게도 두 곡 모두 박진영이 곡, 안무에 참여했다. '텔미' 당시, 박진영이 편한 복장으로 안무를 짜는 영상이 공개돼 뜨거운 화제를 모은 건 익히 잘 알려진 유명 영상이다. 힘 들어간 군무가 아닌, 살랑거리는 단순한 안무가 한국을 강타한 것도 그 때 즈음이다. '시그널'도 마찬가지. 'TT' 후렴구 안무, '시그널'의 포인트 안무 등도 박진영의 작품이다. 군더더기 모두 제하고 미니멀해진 사운드 역시 '텔미'와 '시그널'을 관통하는 음악색이기도 하다.
물론 '시그널'이 걸그룹 문화를 바꿔버렸던 '텔미'를 따라갈 만한 메가히트급 파급력을 지녔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그널'과 '텔미'는 분명 닮은 구석이 많다. 하지만 트와이스가 '텔미'를 넘어서는 '시그널'을 만들어버릴 지도 모르는 터. 소속사 직속 선배를 넘기 위한 트와이스의 역사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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