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배우 김지석이 MBC 드라마 ‘역적’의 연산군 연기와 tvN ‘문제적 남자’ 출연을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김지석은 지난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폭군 연산군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수많은 배우들이 거쳐 간 연산군이란 캐릭터를 맡은 것에 대해 그는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언제 연산군을 해볼 수 있겠나”라며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감히 ‘인생캐(인생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 발언이었고, 내 스스로에겐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역사적으로 알고 있던 연산군, 그 이상을 알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
그는 “김진만 감독님과 황지영 작가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연산군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조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왜 연산군이 광기에 미친 왕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떠올리기 위해 연산군 묘와 그의 생모 폐비 윤씨의 묘에 방문하기도 하고,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연산군을 표현하기 위해 장구와 처용무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다”고 말했다. 특히 심리학 관련 책과 사료들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연산군을 정리해갔다고.
연기상도 받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김지석이지만, 평소의 밝은 이미지 때문에 그가 연산군에 낙점됐을 때 많은 이들이 깜짝 놀라했다. 김지석은 이를 듣고 “의외라는 말이 제일 많았다.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감독님께서는 ‘추노’와 ‘또오해영’을 보고 나의 명랑함 속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가끔 네가 웃는 게 웃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하시더라. 저도 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부터 ‘또오해영’까지, 필모그래피에는 정말 다양한 역할들이 적혀 있는데, 어쨌든 대중의 기억에는 제각각의 모습으로 남는 것 같다.”
그의 장난꾸러기 이미지를 대중에 가장 널리 알린 프로그램은 tvN ‘문제적남자’다. 일요일 방송되는 ‘문제적남자’에서는 엉뚱한 면모를 보이다가,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광기 어린 연산군을 보여주려니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지석은 “사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요일까지 붙으니 고민이 많이 됐고, ‘문제적남자’를 잠깐 쉬어야 하나 생각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2년 넘게 ‘문제적남자’를 해오면서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그 안의 내 이미지, 역할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적남자’와 ‘역적’을 보며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하지만 ‘역적’이 어렸을 때부터 죽기 전까지의 연산을 점진적으로,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차곡차곡 쌓아 보여줬기 때문에 이질감 없이 시청자들도 녹아들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김지석은 또한 “‘문제적남자’ 제작진에서도 배려를 해줬다. 분명히 제가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제작진이 톤다운을 시켜줬다”며 ‘문제적남자’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제 배우가 예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시점은 지난 것 같다. 어떤 걸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을까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하며 “나는 다행히 ‘문제적남자’라는 교양 예능 프로를 만나 배우로서 받은 것과는 또 다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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