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석이 MBC 드라마 ‘역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연산군 역으로 열연을 펼친 김지석은 최근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섭섭하지 않고 시원하다. 30부작을 달려와서 아직은 섭섭하지 않다”며 종영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적’ 종방연을 하고 나서는 집에 다녀왔다. 연산이 굴곡진 인생을 살고,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은 인물인데 저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웃음) 그래서 이번 작품에 들어갈 때 부모님께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다. 캐릭터에 빠지기 위해서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불효 아닌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 작품이 끝나자마자 서운했을 부모님에 달려가서 ‘쓰담쓰담’ 해드리고 왔다.”
김지석은 밝고 장난기 넘치는 이미지로 인식된 배우이고, 실제 모습도 장난꾸러기 면모가 다분한 호쾌남이다. 그런 그가 어둡고 광기 어린 연산군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김지석은 “최대 기회이자 역경은 바로 21회와 22회, 갑자사화 장면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가 거의 절반이 넘는 장면에 출연하고 대사도 정말 많았다. 미쳐서 날뛰다가, 죽어라 화내기도 하는 등 감정신도 엄청났다. 정말 힘들었다. 대사가 고어로 돼 숙지도 힘든데 감정도 넣고 소리도 질러야 하니까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갑자사화 장면을 찍으면서 그동안 그렸던 연산을 ‘빵’ 하고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흐름이 급물살을 타는 느낌이 들고. 어려운 장면들을 해냈을 때 엔돌핀이 팍 하고 터지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폭군을 연기하면서 주어지는 카타르시스가 컸다며, 덕분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김지석은 이번 작품을 하며 ‘용포’에 대한 위엄(?)을 느꼈다고. “용포를 입고 있으면 선배님들도 ‘아이고, 전하’라며 90도로 인사해주신다”며 왕 역할을 한 소감에 대해 위트 있는 답변을 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왕으로서 화도 내고, 극악해지기도 하면서 ‘내가 배우니까 이러지, 언제 이런 걸 해보나’ 싶었다. 하지만 집에 가면 초라한 나로 돌아와서 외롭더라.(웃음) 현장에서도 용포로 받는 파워가 확실히 있었다. 홍길동과의 전쟁에서 지고 봇짐꾼 옷을 입었을 때와 마지막 장면에서 흰 옷을 입었을 때 굉장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제 두 번 다시 용포를 못 입지 않을까. 근접한 시기에는 못 입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아쉽다.”
‘역적’을 통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간 연산군이란 캐릭터를 해봤고, 용포의 파워도 경험해봤으며, 시청자들에 김지석이란 배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끝내 15%를 돌파하지 못했다. 화제성에 비해 비교적 아쉬웠던 시청률에 대해 김지석은 “늘 숫자가 문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현장 분위기는 감독님 따라가기 마련이지 않나. 김진만 감독님이 워낙 호걸이었다. 감독님도 시청률은 둘째고, 이 작품을 어떻게 잘 만들어서 시청자에 전달할까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아셨던 거다. 다행히 작품이 화제가 많이 됐고, 그 덕분에 뚝심을 밀고 나가는 파이팅을 받았다. 방영 시기가 시국에도 잘 맞았다. 그래서 시청률을 떠나 더 뿌듯했다.”
김지석은 연산군을 연기한 것에 대해 “30대 남자 배우로서 연산군이란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역적’을 통해 사랑 받았다”며 “나에겐 ‘역적’은 인생드라마고, 연산군은 ‘인생캐(인생캐릭터)’가 됐다”고 말했다. 김지석은 ‘역적’과 연산군에 대해, 진짜 바라고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노래했단 점에서 “더할 나위가 있겠습니까”라고 표현하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제이스타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