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여성 영화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12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등 주요 부문 시상이 이뤄졌다.
이날 폐막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여성 감독들의 선전이다. 특히 올해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히카리', 린 램지 감독의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 등 세 명의 여성 감독들이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제인 캠피온 이후 24년 만에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던 상황.
기대를 모았던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은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황금종려상은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에게 돌아갔고, 기대를 모았던 24년 만의 여성 황금종려상 감독은 또다시 다음 해를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여성 감독들은 감독상과 각본상을 차지하며 맹위를 떨쳤다. 감독상은 '매혹당한 사람들'을 연출한 소피아 코폴라에게 돌아갔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소피아 코폴라는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11년 만에 경쟁부문에 오른 '매혹당한 사람들'로 칸의 선택을 받았다. '매혹당한 사람들'은 1974년 미국 시민 전쟁 동안 버지니아 주의 여학교 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엘르 패닝, 커스틴 던스트, 니콜 키드먼 등이 출연했다. 감독상 수상에도 소피아 코폴라는 아쉽게 폐막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린 램지 감독은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로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에프티미스 필리포우와 함께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다. 또한 경쟁부문 진출작은 아니지만 '준느 팜므'의 레오노르 세라이예 감독 역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여성 감독들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24년 만의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이 탄생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감독들은 주요상을 휩쓸며 내년에 열릴 71번째 칸영화제에서의 맹활약을 기대케했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는 제시카 차스테인, 아네스 자우이, 판빙빙, 마렌 아데 등 네 명의 여성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맡아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들 역시 여성 감독들의 활약에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앞으로도 스크린에 진짜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고, 아네스 자우이는 "칸영화제를 통해 굉장히 재능 있는 많은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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