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가 지난 28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올해 칸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선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칸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주목받은 '옥자'부터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그리고 미드나잇 상영으로 칸의 밤을 후끈 달군 '악녀'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까지, 칸을 찾은 한국영화들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풍성한 영화만큼이나 스타들과 감독들 역시 연이어 칸을 찾았다. 이들이 전한 이야기 중 주목할 만한 말들을 다시 되짚어봤다.
#임시완: "칸영화제, 잠이 안왔어요."
임시완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생애 첫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연기돌 출신으로서 주연배우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임시완이 최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공식 상영회에서 무려 7분간의 기립박수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변성현 감독이 SNS 논란으로 불참한 가운데 획득한 성과라 더욱 의미 깊었다. 생애 첫 칸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끽한 임시완은 공식 상영회 다음날 OSEN에 "칸에 오기 전 사실 잠을 전혀 못 잤었다"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칸 현지에서는 작품은 물론, 영화 속에서 잃을 것이 없어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를 연기한 임시완에 대한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스크린 데일리는 "현수 역에 딱 맞는다"고 임시완의 연기를 평가했고, 스크린 아나키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임시완의 타고난 스크린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설경구: "다음에는 경쟁으로 올게요."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영화제 초청은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까지 총 네 작품째다. 공식 상영회를 마치고 7분간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쏟아져 나오려는 감격의 눈물을 애써 참기도 했던 설경구는 인터뷰를 통해 "경쟁은 아니지만 뤼미에르라는 메인이라는 곳이 주는 긴장감이 있더라. 제게 정말 큰 경험이고 평생 영화하면서 못 잊을 곳"이라며 "뻔뻔하게 다음에는 경쟁에 올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왔지만 다음에는 경쟁으로 올 거라고 말을 뱉고 다니는 나를 발견했다"고 웃으면서도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재호처럼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인터뷰 현장에 나타난 설경구는 "'불한당'에서 멋이라는 걸 좀 배웠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낯간지러워서 '왜 배우가 멋을 부려야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이창동 감독님이 '불한당'을 좋게 보셨다. 전엔 안 그러셨는데, 이 영화 보시고 나서는 선수입장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해주셨다. 류승완 감독님도 젊어지고 강렬해진듯, 이라고 한줄평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변희봉: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입니다."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배우 인생 50년 만에 맞이한 영광이었다. '옥자'에서 손녀 미자(안서현)를 돌보며 슈퍼돼지 옥자를 키우는 촌로 주희봉 역을 맡은 변희봉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히려 "공식 상영회 때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는 변희봉은 "인터뷰는 왠지 가슴이 떨린다. 나는 그동안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사람이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감격을 짧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문장으로 전해 취재진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변희봉은 배우 인생 50년 만에 칸영화제를 방문한 소감을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칸을 계기로 새로운 각오도 다졌다. "두고 봅시다. 좌우간 이 다음에 뭘 또 하려는지 기대해 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겠다." 변희봉은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렸다.
#봉준호: "상영 중단 사고, 영화 관람에 도움돼 너무 좋아요."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옥자' 기자 시사에서는 상영 약 8분 만에 '옥자'의 상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는 스크린 앞에 위치한 막이 완전히 올라가지 않는 마스킹 문제 때문에 화면이 잘려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
칸영화제에서의 상영 중단 사고는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기자 시사 이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상영 중단 사고에 대해서도 여유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 많이 다녀보셨으니까 다들 아실 거다. 영화제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라며 "오프닝 시퀀스를 두 번이나 봤으니까 영화 관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너무 좋다"라고 재치있게 말해 박수를 받았다. /mari@osen.co.kr
[사진] gettyimages,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