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12일 간의 영화 축제 칸영화제를 빛냈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올해는 감독이 아닌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았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박찬욱은 칸영화제와 함께 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칸영화제가 성대한 막을 내린 가운데, 12일간 '깐느박'이 있었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17일-칸영화제 시작 알린 심사위원의 품격
박찬욱은 17일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 등을 비롯해 윌 스미스, 판빙빙, 제시카 차스테인 등 9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레드카펫과 개막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12일간 시작될 칸영화제의 축제의 막을 열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가장 첨예한 쟁점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최초로 진출한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등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것이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스크린에 상영되지 않는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폐막을 앞두고 통역의 오류에 의한 해프닝인 것으로 뒤늦게 정정되기도 했다.
#19일-제작자에서 심사위원으로
박찬욱은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비롯해 제시카 차스테인과 함께 심사위원 자격으로 '옥자'의 공식 상영회를 찾았다. 박찬욱 감독은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매우 절친한 사이인데다, 전작 '설국열차'의 제작자이기도 해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2일-"옥빈아" 응원부터 '한국영화의 밤' 참석까지
'악녀'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8년 만에 칸영화제에서 만난 김옥빈 응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악녀'는 지난 2009년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신하균과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신하균과 김옥빈은 '박쥐'에 이어 '악녀'로 8년 만에 칸에 공식 초청됐다.
그러나 올해 칸영화제에는 신하균이 영화 '바람바람바람' 촬영 도중 입은 다리 부상으로 불참했다. 박찬욱 감독은 뱀파이어에서 킬러로 변신한 김옥빈의 멋진 등장에 "옥빈아!"라고 외치며 응원에 나섰다. 이후 김옥빈은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딸 시집 보내는 아버지 같았다"고 박찬욱 감독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같은 날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도 박찬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칸영화제 도중 안타깝게 타계한 김지석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진심으로 추모하는 한편, 올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들의 감독과 배우들을 격려하며 무게 중심을 잡았다.
#23일-칸 70살 생일 포토콜의 유일한 한국인
칸영화제 70주년 기념 포토콜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해 '깐느박'의 위엄을 자랑했다. 박찬욱 감독은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 제리 샤츠버그, 유일한 여성 황금종려상 감독인 제인 캠피온, 칸영화제 70주년을 맞이해 특별 기념상을 받기도 한 니콜 키드먼 등을 비롯해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모니카 벨루치, 베니치오 델 토로 등 세계적인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칸의 70번째 생일을 빛냈다.
#24일-'불한당' 품은 韓 영화의 아버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공식 상영회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등 배우들 마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SNS 논란으로 불참을 선언한 변성현 감독 없이 레드카펫 행사와 공식 상영회에 나선 '불한당' 배우들을 위한 박찬욱 감독의 남다른 배려였던 것.
박찬욱 감독은 인자한 미소와 따뜻한 격려의 말로 '불한당' 배우들을 응원했다. 전혜진은 이후 OSEN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박찬욱 감독이 저 멀리 계셨는데, 저희 아빠가 없지 않나. 와주신 자체가 너무 뭉클했다"고 박찬욱 감독의 남다른 마음 씀씀이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28일-폐막식으로 칸영화제와 아듀
폐막식에서는 레드카펫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편, 각본상 시상자로 나섰다. 스페인 배우 마리사 파레데스와 함께 시상자로 무대에 등장한 박찬욱 감독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린 램지 감독(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에게 각본상을 전달하며 칸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mari@osen.co.kr
[사진] gettyimages, 장진리 기자 mar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