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옥빈이 영화 ‘소수의견’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신작 ‘악녀’는 그녀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한 ‘박쥐’를 뛰어넘을 ‘인생작’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고 강렬하다.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키워진 숙희가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된 뒤 새 삶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숙희 앞에 어느 날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하고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돼 복수를 시작한다.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31일 오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8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은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너무 오래 전에 가서 기억이 잘 안 났는데 다시 가니까 좋긴 좋더라. 정말 설렜다(웃음). 레드카펫에 설 때는 좋았는데 옛날 기억이 없더라. 공항에 도착해서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이 날 줄 알았는데 아예 기억이 없었다. 당시 믿고 의지할 선배님들이 계셨고 그 분들을 따라다녀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공항에서부터 새로운 기억이었다.”
두 번째 칸 방문이지만 새로운 감정과 즐거움을 느꼈기에 그 모든 순간을 눈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더 기억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소중함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흘려보냈다”며 “이번에는 칸에 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 알았기 때문에 다 기억하고 싶어 눈에 담았다. 레드카펫에 서서 여러 바뀌를 돌면서 충분히 그 분위기를 즐겼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악녀’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보통의 영화보다 액션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보통의 여자 배우에게 맡기는 한 두 신(scene)이 아니라 계속 있었다. 카체이싱부터 버스, 오토바이 액션 등 소화할 양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어떻게 감독님이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진짜 이걸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첫 느낌을 전했다.
그러나 “숙희가 어릴 때부터 아기를 낳고 점점 변해가는 과정 등 캐릭터의 성장이 한 영화에 담기는 게 쉽지 않다”며 “복수, 배신, 사랑 등 모든 감정이 한 작품에 담겨 있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김옥빈의 악바리 근성은 놀라울 정도다.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전체 분량의 90~95% 이상의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고 한다.
총 70회 차 중 61회 차의 촬영 동안 대략 90%에 육박하는 액션을 직접 소화해 체력이 달렸지만, ‘여자 액션이 실망스럽다’라는 비평을 받고 싶지 않아 3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 다니며 기술을 쌓으며 결국에는 대부분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해냈다. 특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와 오토바이 위에서 매달린 상태로 장검을 휘두르며 날 선 액션을 몸소 선보이는 신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목숨을 내놓는 장면을 제외하고 90%의 액션을 다 내가 했다. 제가 나오는 장면은 거의 다 소화했다. 잠입액션 때는 복면을 써서 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마저도 제가 했다(웃음). 오토바이 액션신은 제가 한 것도 있고 스턴트맨이 한 것도 있고 섞여 있다.”
가장 힘들었던 액션신으로는 신하균과 함께 한 엔딩신을 꼽았다.
“아무래도 마지막 엔딩 액션이 많이 어려웠다. 빠르게 달리면서 찍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버스에 매달려서 찍는 것도 어려고. 저는 그런 와이어는 생전 처음 해봤다(웃음). 보통 한 개의 와이어만 다는데 이번에 마치 거미처럼 달았다. 중간선 하나와 양 옆으로 두 개씩 총 5개를 달았다. 몸에 긴장과 텐션이 심해서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김옥빈은 이어 “내가 봐도 액션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작년 7월에 액션스쿨에 들어가 연습을 시작해서 10월에 촬영에 들어갔다”고 했다. 3개월 만에 체력을 기르고 영화에서 소화할 액션들을 몸소 익힌 것이다.
그러면서 “제가 액션을 빨리 배우고 좋아하는 것 같다. 새로운 합을 짜주면 빨리 배웠고 점점 제가 탈 것들이 업그레이드되면 더 신이 났다(웃음). 오토바이에서 본네트, 버스로 가는 과정이 그랬다. 와이어도 여러 개 달고(웃음). 그 어떤 영화에서 제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면서도 신이 났다”고 촬영 당시의 설렘을 전했다.
그럼에도 여자 원톱으로서 부담감이 심했다고. “물론 부담감은 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여성 액션 영화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외신들도 ‘여성 액션물이 신기하다’고 하시더라”며 “무조건 강렬한 킬러이기보다 강하면서도 여린 면이 있는 여자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께 처음 여쭤본 질문이 ‘이게 투자가 됐나요?’라는 질문이었다”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옥빈은 “결과물이 나오면 ‘여자 액션이 폼이 안 난다.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여배우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멍들고 찢기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게 다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액션영화를 하면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안전장치가 좋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며 안전에 크게 신경 쓰기 때문에 큰 부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악녀’는 6월 8일 개봉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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