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는 정치 사회 이슈를 다룬 상업영화들의 전성시대다. 한국의 사회파 영화는 과거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로 그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소재 역시 다양하다. 도시 문제, 청소년, 인종, 동성애, 빈부 격차, 정치적인 음모 등 다양한 이슈들이 채택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비판 영화가 세태 고발에서 나아가 그것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개선하는 수준까지 담아내는데 최근의 경향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며 폭발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파 영화들이 단순히 상업영화로 전락했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 이슈를 전면에 제시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 사회파 영화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내세워 세태를 비판하거나 불의를 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관객의 사회적 의식을 자극하거나 불의에 대한 비난을 통해 관객에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이슈의 핵심을 그린다. 영화가 공격하는 대상은 우선 대다수의 관객들이 비난할 만한 것들이다.
가령 ‘판도라’(감독 박정우,2015)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 재혁(김남길 분)이 원전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쉬쉬하는 무능한 정부에 분노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흥행에 성공한 ‘재심’(감독 김태윤,2017)은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경찰의 강압수사로 하루아침에 뺑소니 범으로 바뀌면서 10년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 분)를 통해 법치국가를 비판했다.
지난 2010년부터 ‘부러진 화살’(2012)과 ‘남영동1985’(감독 정지영,2012), ‘변호인’(감독 양우석,2013),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2014), ‘소수의견’(감독 김성제,2015), ‘내부자들’(감독 우민호,2015), 국가를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도 하찮게 여기는 최연소 안기부 실장(장혁 분)을 통해 관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보통사람’(감독 김봉한)도 같은 행태를 보인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베테랑’(감독 류승완,2015), ‘검사외전’(감독 이일형,2016), ‘터널’(감독 김성훈,2016), 올해의 ‘더 킹’(감독 한재림,2017)까지 모두 사회파 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 영화는 그간의 명맥을 오롯이 이어가며 묻혀있던 우리 사회의 진실을 꺼내 관심을 환기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이어진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이라는 현실 앞에 영화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대중의 갈망이 구현된 것이다.
최근 영화의 특징을 보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 내부의 본질을 건드리고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데 익숙하다. 물론 영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단순히 보여주고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극적인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기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크게 체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너나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사는 오늘날 이 시대에, 사회파 영화들은 현재 가장 성공이 보장된 ‘장르영화’로 자리 잡으며 관객들과 깊은 소통을 나누고 있다. 드라마틱한 현실이 극적인 영화를 능가하는 현실에서 앞으로 한국 영화는 더 빠르게, 더 자주 사회 이슈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데 열중할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