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조선 시대의 나쁜 남자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끌리는 마력의 소유자다. 분명 잔인하고 나쁜데 자꾸 끌린다. 심지어 섹시한 느낌까지.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으로 분한 이동건 때문이다.
1일 방송된 KBS 2TV '7일의 왕비' 2회에서 신채경(박시은 분)은 물에 빠진 채 이융(이동건 분)을 처음 마주했다. 웃옷을 풀어헤친 채 복근을 드러낸 이융을 보며 신채경은 놀라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융은 "또 들어갔다간 고뿔들 텐데"라고 말렸다.
신채경은 "감사합니다. 저보다 몸도 좋은 분이 제 걱정도 해 주시고"라며 돌아섰다가 다시 이융을 향해 "제 형님이 돼 주십시오"라고 꾸벅 인사했다. 주막에서 하룻 밤 묵을 수 있도록 가족인 것처럼 여닉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 방에 들어선 두 사람은 밥을 먹으며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가 쓰러졌다. 알고 보니 주막은 도적들이 접수한 곳이었고 둘은 갇히고 말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신채경은 이융까지 챙겨 무사히 탈출했다. 이융은 그런 신채경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신채경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조금이나마 깨달은 이융은 이복동생인 이역(백승환 분)이 "평생 형님 동생으로만 살겠다"고 진심으로 호소하자 조금 누그러들었다. 한때 아꼈던 동생 이역에게 "잠을 못 잤다. 비파를 켜주겠느냐"라며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
이융이 바로 조선 희대의 폭군인 연산군이다. 앞서 그는 이역이 왕위를 넘보지 못하도록 죽이려고 했고 후에는 혼인으로서 시골에 가둬두려고 한 나쁜 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왕이 이융이 아닌 이역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밀지를 남겼기 때문.
이융은 이역을 바라보며 "평생 내 아우로만 살겠다 한 말, 목숨을 다해 증명하라. 나 역시 널 죽이지 않기 위해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렇게 이융의 광기는 어느 정도 통제되는 듯했다.
하지만 밀지가 원흉이 됐다. 그리고 그를 조종하는 간신 임사홍(강신일 분)이 있었다. 이역을 믿으려고 하는 이융을 자극하기 위해 임사홍은 밀지의 존재를 계속 알렸다. 급기야 그는 "밀지만 없앤다고 될까요"라며 이역마저 죽이도록 이융을 꾀어냈다.
순간 이융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 앞서 그는 주막을 접수한 도적들을 앉은 자리에서 목을 쳐 죽였던 바. 순간순간 주체할 수 없는 핏빛 광기가 또다시 느껴졌다. 이제 막 악연을 풀고 가까워진 신채경과 이역으로서는 이융이 무서운 변수인 셈이다.
그동안 이동건은 로맨스물에 특화된 배우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융, 즉 연산군을 만난 이동건의 매력은 배가했다. 포악하고 비정한 조선 최악의 왕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의도치 않게 미화시키고 있다. 연산이 섹시하다니, 슬프고도 아이러니한 시청자들이다. 이게 다 매력부자 이동건 때문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7일의 왕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