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 증명하는 거죠.”
한 장의 이력서로 자신을 평가 받은 김지원은 질문 하나 제대로 받지 못했다. “우리 모두에게 시간은 금”이라며 자신을 그 ‘금’을 빼앗는 존재로 정의하는 면접관의 말에 김지원은 반박할 수 없었고, 결국 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는 방송국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최애라(김지원 분)와 격투기 시합에 나서는 고동만(박서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애라는 방송국 아나운서 면접시험에 참석했다. 그는 고동만, 김주만(안재홍 분), 백설희(송하윤 분)의 응원을 받으며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친구들은 “너가 아니면 누가 붙냐”며 기운을 불어 넣었고, 고동만은 최애라에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면접성공을 기원했다.
최애라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는 질문 하나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만 면접을 마치자는 면접관에 최애라는 “저는 질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고, 마지못해 한 면접관으로부터 “예능에서 보여줄 만한 개인기 하나 해보라”는 말을 듣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면접관은 “노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막아섰고, “그럼 춤이라도 춰보겠다”며 절박하게 말하는 최애라를 향해 “25번의 의욕은 알겠는데, 여기 사람들 전부 시간이 금이다. 우리 시간 뺏고 싶으면 25번 시간을 먼저 채워왔어야지”라고 차갑게 말했다.
이 면접관은 “다른 사람들이 유학가고 해외봉사가고 할 때 25번은 뭐했냐. 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스펙이 부족한 최애라를 무시했다. 이 말을 들은 최애라는 “나는 돈 벌었다. 다른 사람들이 유학가고 해외 봉사 갈 때 저는 돈 벌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면접장을 나왔다.
씩씩했던 최애라는 결국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그토록 염원했던 면접장에서 창피만 당하고, 질문도 받지 못한 상황도 기가 막힌데, 치열하게 살았던 자신의 과거마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면접관의 한 마디는 최애라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한 장의 이력서로 평가 받고, 그 사람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는 상관하지 않은 채 오로지 ‘스펙’으로만 재단하는 현실은 ‘쌈, 마이웨이’ 속 최애라와 다르지 않았다.
달콤한 로맨스만 조명하지 않고, 현실의 아픈 단면으로 엮어내며 공감을 높이는 ‘쌈, 마이웨이’의 만듦새는 시청자들의 응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최애라의 눈물은, 그 누군가가 흘렸을 눈물이었고, 현실이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쌈 마이웨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