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을 이야기하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으로 넘어갈 수 있다니. 이게 바로 시청자들이 '알쓸신잡'에 빠져드는 이유가 아닐까.
지난 23일 방송된 tvN 예능 '알쓸신잡' 4회에서는 MC 유희열과 잡학박사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이 유시민의 어린 시절 고향인 경주를 여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유시민은 경주로 향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던 중 고(故) 김광석의 이야기가 나왔고 유희열은 과거 그의 반주를 해준 일화를 털어놓으며 음악이 가진 힘에 대해 설명했다.
이 외에도 수학여행, 인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다섯 멤버들. 이후 경주에 도착한 이들은 황교익의 설명을 들으며 해장국을 먹은 뒤 각자 경주 삼릉숲, 문무대왕릉, 국립박물관, 첨성대 등을 둘러봤다.
그리곤 이날의 숙소인 한옥 마을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잡학박사들은 문어부터 시작해 처용, 에밀레종, 천마총, 상상(想像)의 어원, 김유신, 첨성대, 석굴암 등을 수다 목록에 올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 방송 말미, 최근 경주에서 떠오르고 있는 거리인 황리단길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특히 이들은 이 거리의 땅값이 일 년 사이에 10배 이상 올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유시민은 "인류 역사상 막을 수 없는 문제다"라고 비관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잡학박사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단순하게 마주 볼 일이 아님을 강조했고, 유희열은 "슬프다"고 표현해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영하는 "30년 전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던졌고, 그렇게 이날 여행이 마무리됐다.
이날 다양한 지식들을 쏟아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알쓸신잡'. 잡학박사들은 경주가 수많은 유물을 보유한 도시인만큼,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바로 황리단길에서 이어진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비단 즐기는 것뿐만이 아닌, 유익한 방송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줘 '알쓸신잡'만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 nahee@osen.co.kr
[사진]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