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동하562(35)는 24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컨트리클럽 남, 서 코스(파72, 6988야드)서 펼쳐진 제60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2억 원) 3라운드서 챔피언 조로 함께 티오프한 장이근과 박은신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무명의 반란이었다. 대회 첫 날 공동 선두, 둘째 날 1타 차 단독 3위에 올랐던 이동하는 이날 2번홀서 버디, 3번홀서 이글을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6~8번홀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는 등 전반엔 기복을 보였다.
이동하는 후반 들어 감을 되찾았다. 13번홀 버디로 영점을 조준한 그는 14번홀 이글을 낚은 뒤 15번홀서 또다시 버디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올렸다. 17번홀서 보기를 범한 이동하는 중간합계 17언더파 199타를 치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까지 무명의 반란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2003년 KPGA 투어에 입회해 2014년에 데뷔한 이동하는 13년 동안 1부투어 우승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톱10은 2012년과 2015년 한 차례씩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공동 9위, 2차 카이도시리즈 2017 카이도 드림 오픈 공동 6위 등 두 차례나 작성했다.
이동하는 이번 대회 사흘 내내 선두권을 형성하며 생애 첫 우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46년 만에 한국 골프사를 다시 쓰려는 장이근과 2라운드서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웠던 박은신과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동하는 1~3라운드 활약으로 투어 14년 차에 생애 처음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수훈선수로 처음 기자회견장에 서는 것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1부투어 우승이 없어 무명은 맞지만 윈터 투어와 챌린지 투어서 우승을 해봤기에 나 스스로 무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그는 "마지막 날 압박이 크겠지만 멘탈을 끌어올리고 있어 잘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에 잘 풀려서 예상한대로 더 많이 치고 올라갈 줄 알았는데 운이 없어 연속 3개홀 보기를 했다. 운 좋게 이글샷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또 탔다. 일단 만족은 한다. 1타 차라 부담은 되지만 4라운드도 3라운드처럼 차분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3개홀 연속 보기에 대해서는 "첫 번째 보기는 멀리 가는 장이근의 샷을 보고 롱퍼팅서 과감하게 친 게 너무 많이 갔다. 다음 티샷은 잘 쳤는데 벙커로 갔다. 6~8번홀 셋 모두 파 퍼팅이 아깝게 빗나갔다. 운이 없었다. 8번홀도 뒷바람을 보고 쳤는데 치는 순간 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많이 짧았다"고 했다.
그간의 부진에 대해서는 "대회를 치르면서 퍼팅이 잘 안됐다. 샷이 붙어도 안 들어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멘털적으로 많이 흔들렸지만 지난해 많이 끌어올렸다. 퍼팅도 올 겨울 미국 전지훈련서 집게그립으로 바꾸면서 더 과감하게 하다 보니 잘되는 것 같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동하는 "올해는 앞만 보고 달려오고 열심히 노력했다. 후원사도 만났다"면서 "무리하지는 않겠지만 소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 컨트롤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60주년 메이저대회서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게 된 이동하는 "부담감이 있고 없고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4라운드도 문제는 없다. 우승상금은 계산하지 않겠다"고 성숙함을 보였다./dolyng@osen.co.kr
[사진] 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