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있을 때 감독님이 찾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라이언킹' 이동국(38, 전북 현대)이 오랜만에 포효했다. 전북 현대는 28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7라운드 원정 경기서 전반 이동국의 2골과 에두의 쐐기골에 힘입어 포항 스틸러스를 3-1로 물리쳤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승점 35를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2위 울산(승점 29)과 격차를 승점 6까지 벌리며 독주체제를 가동했다. 반면 포항(승점 25)은 제주전에 이어 2연패를 당하며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전북 승리의 주역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이었다. 전반 5분 만에 전매특허인 오른발 강슛으로 포문을 연 그는 23분 본인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깨끗이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동국은 "오랜만에 인터뷰 하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동국은 지난달 6일 대구전 이후 54일 만에 잡은 선발 출전 기회를 꽉 움켜쥐었다. "선발로 오랜만에 뛰었는데 무엇보다 승리하기 위해 골이 필요했다.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찬스를 노리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른 시간에 득점이 나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동국은 올 시즌 부상과 주전 경쟁으로 전북 입단 이후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로 많은 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문제가 있었다"면서 "포항전을 기점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항상 짧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였다.
김신욱, 에두 등 K리그 최고의 공격수들과 최전방 경쟁을 벌이는 이동국은 "어떤 팀이라도 탐나는 최전방 공격수들이 3명이나 있다"면서 "원톱을 쓰다 보니 누가 나가더라도 불만을 가지면 안된다. 주어진 시간에 보여줘야 하는 게 선수의 숙명이다. 나도 올 해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지만 지고 있을 때 감독님이 찾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활약 비결을 밝혔다.
이동국은 솔직한 심경도 밝혔다. "전북에 온 뒤로 올해가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다. 출전 시간이 보장이 돼 있다가 올해 들어 10분, 5분을 뛰고 경기장서 몸만 풀다 끝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런 게 잦아져서 심적으로 흐트러질 수 있었는데 나에게 주어질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올해까지 버티고 가야 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기분 좋게 골도 넣고 이겨서 힘들었던 시간을 만회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K리그 통산 200골까지 5골을 남겨둔 이동국은 "최근까지 200골을 못 넣고 끝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포항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욕심이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