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에서 김준한이 맡은 다테마스라는 인물은 박열과 후미코의 대역사건을 담당하는 예심판사로 이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낼 법 하지만 오히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다.
김준한은 때로는 카리스마 있게 때로는 순진한 모습으로 약간의 코믹 연기까지 불사하며 자신만의 다테마스를 만들어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그의 일본어 연기다. ‘박열’에서 보여준 그의 뛰어난 일본어 실력은 일본에서 밴드 활동을 잠깐 했었던 경험과 피나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김준한은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와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다테마스라는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은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인물을 왜곡하고 싶지 않았다. 책과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박열과 후미코에 비해 자료가 적은 편이어서 추정해야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박열과 후미코가 다테마스를 실제로 평가한 부분을 많이 참고 했다”고 밝혔다.
다테마스가 일본인이지만 박열과 후미코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그는 “애써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한 건 아니”라며 “당시 일본인들이 권력을 남용해서 우리 민족을 억압는데 그 와중에 다테마스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 그 사람으로서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직업적인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저는 그렇게 해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캐릭터의 심리가 잘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다테마스는 제가 봐도 도대체 왜 이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더라. 끝까지 고민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도 그렇지 않았을까. 사람이라는 게 사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지나고 나면 왜 그랬지 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상황에 이끌려서 하게 되고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본어 실력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에서 밴드를 하다가 일본에서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투어를 할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어 한 두 마디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하다 보니 재밌었다. 그 때 배운 일본어가 이렇게 쓰일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연습의 결과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고 초급회화 정도 하는데 발음이 나쁘지 않다고 해서 뽑힌 거다. 그 후로는 인우 형이나 희서가 녹음해준 것 듣고 따라서 연습한 것이다. 일본어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일본어는 외우면 되니까 아주 불편한 건 없었는데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밴드 활동을 하다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에 그는 “연기하는 형이랑 같이 살았었다. 그 형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연기라는 게 사람을 연구하고 인생을 연구해야 할 수 있는 것이더라. 제 성향이랑 맞고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가 군대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연기가 더 하고 싶었다. 군대를 갔다 오자마자 연기를 시작했다. 28살 때 시작했다. 많이 늦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제 개인적인 배우로서 목표인데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을 위해서 연기하고 싶다. 예전에는 더 그랬던 것 같은데 연기를 하다 보면 자기한테 빠지게 되는 게 있더라.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작품이 돋보이게 하는 연기라는 게 있다면 나보다는 작품이 보이게끔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