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산속에서 정신력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농구도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6월 한 달 동안 스킬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NBA 에이브리 브래들리, WNBA 켈시 플럼 등을 지도한 스킬트레이너 크리스 히파를 국내로 초청해 지도를 받았다. 물론 한 달 동안의 훈련으로 선수들이 갑자기 스테판 커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과학적인 훈련방법은 다른 구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스킬트레이닝하면 화려한 드리블 훈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직접 참관한 트레이닝은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기에 간과하기 쉬운 기본기 훈련을 무한반복하는 훈련이 주류였다. 훈련 내내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했다. 히파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에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두 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삼성생명은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훈련을 소화했다. 정신력 강화를 위해 새벽훈련을 하는 날도 있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농구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의가 대단했다.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테이핑 등을 실시했다. 서킷트레이닝이 이어진다. 선수들이 9가지 다른 지점에서 35초 동안 운동한 뒤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실제로 NBA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하는 훈련법이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2세트를 소화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 농구에 필수적인 동작인 사이드 스텝, 하체강화, 균형 잡기, 전력질주 후 멈추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을 갖고 하는 훈련도 있다.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훈련으로 10분 만에 선수들의 몸은 흥건하게 땀으로 젖었다.
몸풀기가 끝나니 본격적인 스킬트레이닝이 이어졌다. 히파 코치는 드리블, 슈팅 등 훈련의 테마를 갖고 한 번의 클래스에 한 가지 스킬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기자가 참관했을 때 삼성생명은 90분 동안 슈팅스킬만 연마했다. 스텝백 점프슛 등 고급기술을 바로 가르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고급기술이 나오기까지 필요한 기초기술을 무한 반복했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선수들은 처음에 빠른 템포의 골밑슛부터 시작했다. 점점 슛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다리로 슛 쏘기’ ‘크로스 오버 드리블 후 슈팅’ ‘더블 크로스오버 후 슈팅’ 등 난이도까지 높아졌다. 선수들이 막판에 여러 지점에서 3점슛을 시도할 때는 체력이 떨어져 슛거리가 짧아질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어차피 경기 중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상황에서 슛을 던져서 넣어야 한다. 편안하게 슛 1000개를 쏴도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히파 코치는 정신적으로 선수들을 한계까지 몰아세웠다. 선수들이 조금만 늘어진 모습을 보이면 바로 “더 빨리!”라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특히 선배와 짝을 이룬 후배 선수들은 바짝 군기가 들어 연습을 했다. 반면 동기생끼리 하는 조는 긴장감이 덜했다. 히파는 “한국 선수들은 왜 연습하는 상대에 따라서 훈련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난 선수가 몇 살이든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계속 집중하라”며 따끔하게 질책을 했다.
슈팅은 육체적 기술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 연습경기서 백발백중인 선수가 본경기서 자유투를 실패하는 이유도 정신적인 원인도 있다. 정신력을 강화하는 것도 트레이닝의 주요 목표였다. 히파는 선수들이 3점슛 20개를 성공할 때까지 슈팅, 짧은 시간에 3점슛 가장 많이 넣기, 3점슛 2개를 연속 실패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등으로 계속 동기를 부여했다. 게임형식으로 흥미를 유도하고, 선수들에게 슛에 대한 스트레스도 줬다. 자기가 슛을 놓치면 팀에 손해를 주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나를 쏠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훈련의 마무리는 푸쉬업이었다. 히파 코치는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특히 농구공을 이용한 푸쉬업은 지옥의 코스였다.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처음에 무릎을 안 대고 제대로 푸쉬업을 하는 선수도 몇 명 없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푸쉬업을 해낸다”면서 훈련 성과에 만족했다.
모든 훈련을 마친 히파 코치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훈련 중 세 번 이상 ‘집중하라’는 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 훈련에서 내가 집중하라고 한 번 밖에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여러분들이 좋아졌다는 증거”라며 웃었다.
이어 히파는 “NBA 최고선수였던 코비도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매일 개인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팀 훈련을 마친 뒤에도 야간에 또 남아서 계속 훈련했다. 그런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겠느냐. 그런 습관이 쌓이다보니 최고선수가 될 것이다. 코비는 ‘남보다 뭔가를 얻고 싶다면,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여러분들도 꾸준히 트레이닝을 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고, 연봉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히파 코치가 꼽은 삼성생명 최고의 우등생은 고아라였다. 자청해서 WNBA에 도전할 만큼 고아라는 자기개발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스킬트레이닝도 가장 열심히 임했고, 또 가장 잘 소화했다. 고아라는 “정말 스킬트레이닝을 배우고 싶었다. 4주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코치님도 꾸준히 연습해서 내 것을 만들지 않으면 경기 중에 활용할 수 없다고 하신다. 코치님이 미국에 돌아간 뒤에도 촬영한 비디오 등을 보면서 계속 훈련을 할 것”이라며 웃었다. / jasonseo34@osen.co.kr
[영상] 용인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