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두각을 드러낼 선수였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인가만 남았을 뿐.
부산 학산여고 3년생이자 국가대표인 최혜진(18)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 여자프로골프 무대에 화려하게 신고했다.
최혜진은 2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골프장(파72, 6379야드)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눌러 놓았던 스프링을 터트리듯이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이 1억 원이나 됐지만 아마추어 신분인지라 상금은 받을 수가 없었지만 이날 최혜진의 우승은 상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성과였다. 최혜진은 이날 우승으로 향후 1년간 KLPGA 정규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받았다. 만 18세가 되는 8월 23일 이후 입회 신청이 가능하며, 관련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 신분의 첫 출전 대회는 10월에 열리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으로 예상 되고 있다.
국가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최혜진은 올해 국제대회에서는 이미 화려한 입상 내역을 갖고 있다. 퀸시리컵 개인 단체 1위, 네이비스컵 개인전 1위,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 1위 등 거의 경쟁상대가 없을 지경이었다. 국내외 프로대회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냈는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7위, KLPGA E1 채리티 오픈 2위,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4위 등의 성적을 거뒀다.
초청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 추천선수로 출전해 우승까지 일궈낸 최혜진은 "우승해서 기쁜 생각밖에 없지만 아직은 우승했다는 느낌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16번홀 샷 이글 후 우승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최혜진은 "(16번홀) 핀 위치가 어려워서 넘어가는 것 보다는 짧은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친 게 타이트하게 나갔다. 그 볼이 들어 갈 줄은 생각 못했다"고 극적인 16번홀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혜진은 이날 우승으로 한 동안 맥이 끊겼던 KL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자의 계보도 잇게 됐다. 종전 주인공이 2012년 4월 ‘제5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였으니 그 사이 5년 2개월 17일이라는 세월(1,904일)이 흘렀다.
이날 우승으로 매해 겨울에 열리는 시드전을 건너 뛸 수 있게 된 최혜진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경기를 나오면서 시드전이 얼마나 힘든 지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직행 기회가) 올해가 마지막이니 만큼 한타한타 신중하게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내주 US 오픈 참가를 위해 출국할 예정인데 "작년 보다는 올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전향도 올해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0c@osen.co.kr
[사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1년 시드를 확보한 최혜진. /평창=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