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훈련하는데 7명이 부상이더라고!”
오랜만에 만난 허재 감독은 흰머리가 더 늘어있었다. 요즘 ‘농구대통령’은 남자농구대표팀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허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지난달 26일 소집돼 오는 8월 레바논 베이루트서 개최되는 2017 FIBA 아시아컵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5일 대만 타이페이서 열리는 2017 윌리엄 존스컵에 출전해 예비고사를 치른다.
국가대표선수들은 모였지만 연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은 “소집된 첫 날에 훈련장에 들어가니 15명 중 7명이 부상이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몸이 전혀 돼 있지 않다. 코트장 10바퀴 러닝을 시켰는데 제대로 뛰지 못했다. 훈련을 하기가 싫을 정도였다”며 혀를 찼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긴 프로시즌을 치른 뒤 선수들은 잔병치례에 시달리고 있다. 양희종은 KGC를 우승으로 이끌다보니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산다. 오세근과 이정현은 자유계약협상을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이정현은 KCC로 이적했고, 미국으로 스킬트레이닝 연수를 가서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허웅, 이승현, 임동섭 삼총사는 상무입대 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군대훈련으로 농구에서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해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결국 이승현은 덩치에 맞지 않게 감기몸살로 드러누워 3일 훈련을 걸렀다. LG의 중심 김종규와 김시래는 무릎이 좋지 않다. 김종규는 점프와 사이드스텝을 자제할 정도다. 최준용은 고질적 피로골절로 발바닥이 좋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도 큰 부상이 없어도 컨디션은 좋지 않다고 보면 된다. 김선형은 SK와 연봉협상서 이견을 보여 계약에 대한 스트레스도 안고 있다. 그나마 팔팔한 대학생 허훈과 양홍석이 합류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비시즌에 착실히 몸을 만든 이대성은 몸놀림이 좋았다.
현재 남자농구대표팀은 원주서 머물며 동부의 훈련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여자농구대표팀이 진천에 있어 훈련이 용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 대표팀은 3일 처음으로 공을 갖고 하는 간단한 훈련을 실시했다. 3명씩 짝을 이뤄 진행하는 속공훈련, 2인 1조로 드리블 및 대인방어 훈련 등이 이어졌다. 픽앤롤에 따른 코트밸런스 훈련 등도 했다. 하지만 주요 선수들이 없어 본격적인 전술훈련은 언감생심이었다.
양희종은 재활로 자리를 비웠다. 어느덧 최고참이 된 오세근이 훈련을 주도했다. 김종규는 훈련에 임했지만 사이드스텝을 밟지 못했다. 김시래도 통증을 참고 뛰었다. 훈련 중 통증을 호소했던 이종현도 이날은 열외 없이 임했다.
허재 감독은 “공을 갖고 훈련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양)희종이도 재활을 하더라도 여기서 하라고 했다. 그나마 이대성이 몸이 좋은 것 같다. 프로선수는 저래야 한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김치도 안 먹더라. 쉬는 시간에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 피로골절이 잦은 것도 그런 이유다. 자기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대표팀은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간다. 중국은 세계적 강호들을 안방으로 불러 평가전을 한다. 늘 그랬지만 한국은 국내서 연습상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5일 MBC배 대학농구가 열려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도 할 수 없다. 결국 대표팀은 동부에 도움을 요청해 겨우 이번 주 첫 연습경기를 할 계획.
한국은 아시아컵에서 레바논, 카자흐스탄, 뉴질랜드와 C조에 편성됐다. 허 감독은 “존스컵에 가서 실전을 치러볼 것이다. 레바논은 안방에서 한다. 카자흐스탄도 신장이 높아 쉽지 않다. 뉴질랜드도 편입됐다. 이러다 3전 전패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요즘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대표팀은 일단 존스컵을 치른 뒤 선수명단에 약간의 변화를 줘 최종 12인 명단을 확정한다. 이후 아시아컵에 대비한다.
[남자농구대표팀 15인 명단]
▲가드- 김시래(무릎부상), 김선형, 허웅, 허훈, 이정현(미국), 이대성
▲포워드- 양희종(발목, 손가락 부상, 원주에서 재활 중), 양홍석, 최준용(발바닥 피로골절), 오세근, 전준범, 임동섭, 이승현(감기몸살)
▲센터- 김종규(무릎부상), 이종현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