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면 눈물을 펑펑 쏟을 줄 알았는데..."
데뷔 21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유재희(43, 화앤담픽쳐스)는 오히려 담담했다.
유재희는 9일 대전 골프존 조이마루 '2017 롯데렌터카 WGTOUR 정규투어 3차 대회' 결선에서 보기 1개, 버디 5개로 4언더파를 기록, 전날 5언더파를 합친 최종합계 9언더파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재희는 이날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면서 선두로 올라섰고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1996년 프로에 입문한 유재희가 생애 첫 정상에 서는 데는 무려 2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간 유재희였다.
유재희는 "우승하면 눈물을 펑펑 쏟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덤덤하다. 1등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김정숙 프로께 감사하다"고 여유를 보였다.
유재희의 우승에 오히려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축하인사가 끊이질 않았다. 이에 유재희는 "그동안 친구, 동기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그분들의 기가 오늘 한몸으로 느껴졌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유재희의 별명은 '첫날 선두'였다. 항상 대회 첫날에만 잡해서 붙은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매번 우승후보로 꼽히며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유재희였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보면 선두자리는 다른 선수의 차지였다. 유재희는 "이번 대회는 시니어투어를 마치고 출전해 체력적으로도 안좋았다. 우승 경험이 있는 권수연 프로가 '최대한 편하게 치라'는 조언이 도움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재희는 이날 생애 첫 우승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아버지의 말 한마디였다고 강조했다.
유재희는 "데뷔 후 2년 동안 아버지가 내 볼백을 메고 다녔다. 그렇지만 계속 아버지가 따라다니는 골프 생활이 싫어 그만뒀다"며 "뒤늦게 다시 골프채를 잡았고 재미를 느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골프를 왜 그만뒀나 싶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실제 유재희는 항상 우승후보로 꼽혔다. 성적도 항상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승은 쉽지 않았다. 유재희는 "1년 전부터 '왜 우승을 못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 결과 '조금함'이 문제였다고 판단해 점점 마음을 내려 놓으려 애를 썼다. 덤비지 않고 붙인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재희는 "하지만 내려놓는다는 것이 승부욕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난 4월 '우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들어 다시 운동을 하니 보기 좋다.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이상하게 많이 편안해졌고 그 결과가 이날 우승으로 맺어졌다"고 말했다.
유재희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사실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찾으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아래는 우승한 유재희가 스크린골프 입문에 도움을 준 김정숙 프로와 함께 포옹을 하는 장면 /골프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