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외국선수 비중은 과연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여자프로농구(WKBL)는 2017-18시즌부터 외국선수의 비중을 늘린다. 기존 2인 보유 1인 출전에서 3쿼터에 한해 2인 동시출전으로 제도가 바뀐다. 저득점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흥행에 불을 지핀다는 이유다.
여자농구의 저득점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 평균 70점을 넘긴 구단은 73.1점의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4개 구단이 60점대에 발이 묶였다. 신한은행은 경기당 59.7점에 그쳐 꼴찌를 기록했다.
슈팅 성공률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2점슛 성공률이 45%를 넘긴 구단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은행(33%)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구단은 3점슛 성공률이 30% 이하였다. KDB생명(27%), KB스타즈(27%), 신한은행(27)은 네 개 쏴서 하나 넣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팀 자유투가 70%에 못 미치는 구단도 삼성생명(69%), 신한은행(68%) 두 팀이나 나왔다. 한마디로 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10일 실시된 2017 외국선수 드래프트에도 새로운 경향이 반영됐다. 각 구단은 부족한 높이와 득점력을 대부분 외국선수로 보완했다. 국내선수와의 동시투입을 고려해 득점력이 뛰어난 단신선수가 많이 선발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센터 한 명과 득점원 한 명의 조합이 대세였다.
KB스타즈는 박지수와 함께 뛸 것을 고려해 4번이 가능한 다미리스 단타스, 득점력이 검증된 모니크 커리를 뽑았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외국선수가 두 명 같이 뛴다는 것은 매우 크다. 우리는 박지수와 강아정이 있어 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박지수가 있기 때문에 정통센터를 뽑지 않고, 4.5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단타스를 뽑았다. 커리는 이미 우리 팀에 융화된 적이 있는 검증된 선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경력자 쉐키나 스트릭렌과 티아나 하킨스를 뽑았다. 역시 득점원+센터 조합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3쿼터 외국선수 두 명이 뛰는 것이 부담이었다. 어차피 외국선수는 타 팀과 비겨주기면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국내선수와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DB생명은 1라운드서 센터를 먼저 뽑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전체 2순위로 주얼 로이드(24, 시애틀)를 뽑았다. 그는 신장이 178cm에 불과한 가드지만, 득점력이 출중하다. 2015시즌 전체 1순위로 WNBA에 데뷔한 그는 신인왕까지 휩쓸었다. 올 시즌 그는 시애틀에서 평균 16.9점을 기록 중이다. 로이드가 남자프로농구 조 잭슨이나 키퍼 사익스 이상의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거리다.
삼성생명은 유일하게 센터+센터 조합을 선택했다. 기존 엘리사 토마스에 센터 케일라 알렉산더(26, 195cm)를 지명했다. 토마스의 체력을 안배하는데 중점을 뒀다. 박하나, 배혜윤, 고아라 등 국내선수들을 믿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외국선수의 늘어난 비중은 우려도 사고 있다. 여자농구의 유망주가 갈수록 줄어들고, 수준 또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그 해결책이 외국선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면 미봉책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외국선수가 더 많이 뛰어 득점이 다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선수가 설 자리는 더 줄어들고, 기량발전 기회가 적어져 국내선수 기량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외국선수 제도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삼성생명과 재계약한 엘리사 토마스(위), KB스타즈로 돌아오는 모니크 커리(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