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기리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쇼미더머니6’ 2차 예선에서 거만한 꼰대 래퍼로 그려졌다가, 3차 예선 이후 편집 됐던 진정성 있는 장면들이 전파를 타면서 비호감에서 호감 래퍼로 이미지가 완전히 반전 된 것.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8일 방송된 Mnet ‘쇼 미 더 머니6’ 2차 예선에서 디기리는 논란의 중심이었다. 다소 부족한 실력으로 ‘PASS’를 받았는데, 여기에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악플’(악성댓글)의 주인공이 된 바다.
그런데 14일 3차 예선인 ‘1:1 배틀’이 끝난 이후에는 분위기가 제대로 반전됐다. 피타입과 함께 올드함이 아닌 클랙식으로 1세대 래퍼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좋은 무대를 선사한 것. 그보다도 이후 등장한 장면들이 결정적이었다.
디기리의 탈락과 함께 앞서 편집됐던 내용들이 공개됐는데, 이 그림 속 그는 ‘악플’의 주인공이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앞서 병역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군대를 두 번 다녀왔고, 이후 무대에 설 기회를 잃어 국민들 앞에 설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 것.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기회를 허락해 달라는 이야기가 골자였다.
당시 방송에는 이 모습이 모두 편집 된 채, 10년 만에 무대에 선 긴장감을 풀기 위해 던진 가벼운 농담만이 방송에 나갔고, 결국 오해를 불렀던 것이다.
방송 이후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쇼미’ 출연으로 많은 관심 받고 있는 거 같아요. 실감하나요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밖에도 못 나갈 정도니까..욕을 하도 먹어서..하하. 그래도 어제 방송 이후로 많은 분들이 오해였다고, 잘했다고 응원해주셔서 다행인 거 같아요.”
- 탈락이 아쉽진 않나요
“음...저도 사람인지라 아쉽기는 하죠. 더 좋은 모습 더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텐데..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해서 이제 조금씩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기 해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우승을 갈망하는 어린 친구들이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다연히 맞다고 봐요.”
“저의 목적은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음악에 대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건 이룬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쇼미’ 출연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군대 문제 이후로 아무래도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음악을 오래 쉬어요. 다시 한 번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공백이 길어서 쉽지가 않더라고요. 몇 번 재기를 하려고 했는데 음악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또 환경도 많이 변해있고, 힙합을 좋아했던 분들도 변해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되면 힙합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 싶어서 지원했어요.”
“또 군대 병역문제가 마음의 짐이었어요. ‘쇼미더머니’는 전 국민이 보는 큰 프로그램이잖아요. 여기에 나가서 고개 숙이고 솔직하게 밝히고 제대로 사죄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허락을 받아야 다시 한 번 음악을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많이 부담스러웠죠. 저희 때는 래퍼들이 수준이 개개인의 실력 차이가 심했어요. 1세대들은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스타일과 그런 것을 만드는 세대였거든요. 차이가 심했고 선수층도 얇았죠. 당시에는 새로운 스타일 개발하고 재능과 열정이 있으면 좋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선수층이 두껍고 힙합을 많이 듣고 자라다 보니까 시작점이 다른 거 같아요. 요즘 래퍼들을보면 굉장히 상위평준화 돼있는 거 같아요. 이번 ‘쇼미6’에는 정말 못하는 랩퍼는 없더라고요. 실력 차이보다는 개개인의 매력 차이인 거 같아요. 요즘 친구들 정말 잘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눈여겨보는 친구가 있었나요?
“더블K는 예전부터 알던 친구라서 잘하는 걸 알고 있었고, 페노메코도 방송에 나오기 전에 동영상에서 보고 했는데, 개성 있고 잘 하더라고요. 마이크로닷도 잘하고, 넉살은 말할 것도 없고, 트루디 무대 보면서는 최초 여성 우승자가 나오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말씀드리기 너무 많네요 다들 진짜 다 실력이 출중해서..다들 우승후보인 거 같아요. 실수 안 하고, 긴장 안 하고 자기 색을 보여줄 수 있느냐 그 차이인 거 같아요.”
- 2차 예선 방송이 나간 후 악플이 쏟아졌어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사실 악플(악성 댓글)로 마음이 많이 상했어요. 수백개의 악플이 쏟아지더라고요. 진짜 미칠 것 같았어요. 멘탈을 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했던 진지한 이야기는 모두 편집되고, 긴장감을 털어버리려 던진 가벼운 농담들만 나가면서 허세가득한 옛날 래퍼로 보여지는데..괴로웠죠.”
“이후에 제작진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마음 고생 할게 보이니까 걱정을 덜어주려고 한 거 같아요.”
- 16일 방송된 ‘1:1 배틀’ 이후에 2차 예선 당시 했던 이야기들이 나왔더라고요.
“네 정말 다행이에요. 그것 때문에 출연한 거였거든요. 지난 잘못에 대해서 제대로 사죄하고 고개 숙이고, 그렇게 한 번이라도 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던 게 저의 마음이었어요. 어제 방송 나가고 오해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 그런데 2차 예선에서 못한 것은 진짜로 작전이었나요
“하하. 이 이야기 좀 꼭 담아주세요. 이것 때문에 비호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예능이기 때문에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프로듀서들도 그렇고 다들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서 진짜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아재라서 그런지 농담이 안 통했던 거 같아요. 피타입 씨가 저에게 ‘디기리 형은 이길 수 있다’고 도발해서, 저도 재미있게 응수한 거였는데..다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셔서 저도 ‘이게 뭐지?’ 싶었어요. 예능이니까 재미있게 해보려고 그런 건데..”
- 피타입과의 대결은 어땠나요? 올드함이 아닌 클래식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오던데.
“피타입과의 대결은 마음이 편했던 거 같아요. 누가 이길 거 같다 그런게 아니라, 둘이 아무래도 같은 세대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라 음악적인 감성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음악적 감성이 안 맞았다면 MR 고르고 했을 때 어려웠을 거고, 방송에는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졌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허니패밀리 이후로 솔로 1집 발매했을 때 피타입도 데뷔해서 같이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그랬던 추억도 떠오르고...피타입 그 친구가 생각도 깊고 배려를 잘 해줘서 즐겁고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쇼미’ 나와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안 나오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그래도 국민들게 고개숙이고 사죄하고나니 마음의 짐은 조금은 덜어낸 거 같아요. 또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 에너지 얻었죠. 사실 ‘악플’이 대부분이이라 댓글은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10년 넘게 쉬었는데,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웠고, 그분들을 실망시킨 것이 더욱 죄송하게 다가왔어요. 어렸을 때는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을 이야기 하는 게 낯간지러웠는데, 이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더라고요. 정말 한분 한분에게 감사드려요.
“그런 분들 위해서라도 더 멋지게 음악 활동하려고요. 앨범 계획도 있고요, 다시 자극 받기 시작했고, 요즘 가사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해요. 지켜봐주세요.” /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