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는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하드캐리'라는 말은 여진구를 위해 존재하는 말인 듯 하다.
여진구는 지난 19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에서 19살 성해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나는 죽었다. 12년 전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열아홉살의 나는 죽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다시 만난 세계'는 12년 전 성해성(여진구 분)이 죽게 된 과정과 알 수 없는 이유로 2017년에 깨어난 성해성이 정정원(이연희 분)과 12년만에 재회하게 되는 이야기를 교차 편집해 보여줬다.
풋풋했던 고3 시절부터 죽음, 12년 세월을 뛰어넘어 31살이 된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이 수많은 이야기들이 1회안에 모두 펼쳐졌다. 어찌보면 산만할 수도 있는 구도이지만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빨려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여진구의 흡인력 가득한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진구는 가족들을 끔찍하게 아끼고, 첫사랑 정정원(정채연 분)과는 풋풋한 로맨스를 이어가는 성해성을 제 옷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순수 소년의 이미지를 너무나 훌륭하게 연기해낸 것.
눈을 떠보니 2017년. 다른 이들은 모두 어른이 됐는데 혼자만 19살 고3의 모습 그대로였던 성해성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안한 눈빛과 표정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 여진구다. 기대했고, 또 믿었던 여진구의 연기 내공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던 순간이다.
이는 곧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1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죽었던 성해성이 왜 그 때의 모습 그대로 2017년에 나타나게 된 건지, 그리고 성해성은 자신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정채연과는 설렘 가득한 케미스트리를 형성했던 여진구가 실제 9살 나이차가 나는 이연희와는 또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가 앞으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여겨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다시 만난 세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