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잔②] 나PD "'알쓸신잡' 유시민 가장 먼저 섭외, 사모님 덕분"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7.24 08: 55

(인터뷰①에 이어) tvN '알쓸신잡'은 작가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이 유희열과 함께 지방의 중소도시를 다니며 분야를 막론하고 마음껏 풀어내는 수다를 담는다. 제작진은 그저 대화를 나눌 멍석을 깔아주고 카메라에 담아 편집해서 방송에 내보낼 뿐 5명의 이야기가 '알쓸신잡' 구성의 8할이다. 
◆"유시민 작가, 사모님 덕분에 섭외"
나영석 PD 역시 "멤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멤버가 가진 지식, 지혜, 사회를 바라보는 기준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니 프로그램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 그래서 제작진은 멤버 구성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그렇게 유희열, 유시민, 김영하, 황교익, 정재승이라는 잡학 박사 어벤져스가 탄생했다. 

"'누가 여기에 나와서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머리에 떠오른 이가 유시민 작가였어요. 실제로 그분은 명함에 지식소매상이라고 적어 놓으시거든요. 전 국회의원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요. 그런 마인드가 우리 프로그램이랑 잘 맞을 것 같았어요.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가졌으니까요."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유시민 작가도 한 번에 OK 안 하셨죠. 글 쓰는 게 주업이라 '썰전'도 하고 있으니 방송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안 빼앗기려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사모님께서 '나PD 프로그램 괜찮으니까 한 번 해 봐'라고 하셔서 출연을 결정하셨다더라고요. 엄청난 애처가세요(웃음)."
'지식소매상' 유시민 작가를 중심으로 과학자, 소설가, 음식계 권위자, 명MC가 한 데 모인 셈이다. 이들의 첫 캐스팅 소식에 시청자들은 뜻밖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나PD의 촉이니까 믿고 보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합이 나왔다. 
"제작진이 어렵게 섭외한 다섯 분이에요. 하지만 촬영에 있어서 의도하거나 부탁드린 건 전혀 없어요. 저희가 '좀 더 귀엽게 얘기해 주세요' 이런 걸 부탁한다고 소화하실 분들이 전혀 아니죠. 그저 예전 살롱문화처럼 각 분야 지식인들이 사석에서 편하게 얘기하던 것처럼 소주 한 잔에 수다 떠는 콘셉트를 꾸린거죠."
"어느 도시에 간다고 미리 말씀 드려요. '1박2일' 때나 '꽃보다 청춘' 같은 경우에는 공부하지 않고 맞닥뜨리는 상황이 재밌을 테니만 '알쓸신잡'은 다르잖아요. 도시를 알려 드리며 스스로 여행 코스를 고르세요. 뭐든 자유롭게 하시도록 하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야깃거리들을 공부해 오시는 것 같아요. 방송이니까요. 하지만 내공이 엄청난 분들이시죠."
◆"아침부터 자정까지 수다수다수다"
지난달 방송된 경주 편에서 잡학 박사들은 떠오르고 있는 거리인 황리단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방송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도록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카페 골목 얘기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발전한 거잖아요. 예측할 수 없는 대화 주제가 나왔을 때 다섯 분 모두 너무 즐거워하세요. 저 역시 그 젠트리피케이션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고요. 우연히 나온 얘기였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희망적인 마무리가 아닌 현실에 대한 슬픔으로 끝났잖아요. 동서고금 이래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안 되는 영역이라고요."
"제작진은 개입하고 싶어도 말을 섞을 수가 없어요(웃음). 그런데 듣고만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요. 아침 일찍 6~7시쯤 모이면 그 때부터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돼요. 여행지에 도착해서 각자 둘러보고 저녁에 모이면 7~8시. 본격적으로 수다를 시작하면 자정이 넘어요. 아침부터 자정까지 계속 떠드는 거예요 우리의 잡학 박사들은요."
사실 이날 예정된 인터뷰이는 양정우 PD였다. 하지만 편집 시간이 촉박해 나영석 PD가 후배를 대신해 자리에 나온 것. 그 만큼 기획과 촬영보다 편집이 중요한 '알쓸신잡'이다. 방대한 양의 토크 내용을 방송용으로 재밌게 편집해서 액기스를 안방에 전달하는 게 '알쓸신잡' 제작진의 임무다. 
"종일 얘기를 듣고 있는 건 재밌어요. 고민도 없고요. 하지만 편집이 힘들죠. 아침부터 자정까지 다 재밌는 대화들인걸요(웃음). 그치만 방송에 다 내보낼 순 없잖아요. 팩트가 맞는지 편향된 의견은 아닌지 논란거리가 되진 않을지 심사숙고해서 방송에 내보내고 있죠. 그래서 무편집본을 풀어 달란 시청자분들이 많아요. 뇌가 즐거워지니까 알아서 듣겠다면서요.
"꼰대 아재들의 지식 자랑이라면 별로일 테데 지적인 아재들의 품격 있는 수다여서 좋다는 말, 저희 역시 염두에 둔 부분이에요. 명망가가 나와서 특정 지식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이 대다수인데 그런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리는 즐겁게 엿듣는 게 '알쓸신잡'이에요. 그 기획 의도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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