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세터 타율 9위의 난조
출루율 높은 정현의 가세로 숨통 트일까
총체적 난국의 kt. 그 중에서도 테이블 세터는 유독 골칫거리다. 밥상 못 차리던 kt 테이블세터에 정현이라는 선택지가 부상했다.
kt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9-10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정성곤이 4이닝 6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으나 타선의 집중력이 발휘됐다. 끝까지 엎치락뒤치락했으나 마지막 한 점이 부족했고, 결국 패했다. 이로써 kt는 후반기 첫 3연전을 '스윕 패'로 마무리했다.
악재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거리는 있다. 바로 '테이블세터' 정현의 등장이다. 정현은 19일과 20일 경기에 모두 선발출장했다. 19일에는 2루수, 20일에는 유격수를 맡았지만 타순은 2번에 고정이었다. 정현은 두 경기서 6타수 3안타 3사구 4득점으로 테이블세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올 시즌 kt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나가지 못하는 테이블세터다. kt 테이블세터 타율은 2할8푼3리(8위). 팀 타율(.265)보다 조금 높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약점이 띈다.
kt의 올 시즌 주전 1번타자는 이대형이다. 전체 399타석 중 280타석을 소화했다. 이대형은 1번타순에서 타율 2할7푼7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출루율은 3할1푼3리, 장타율은 0.318에 그쳤다. 내야 안타 비중이 높은 이대형의 스타일 탓이었다. 때문에 주전 리드오프 중 OPS(출루율+장타율)가 가장 낮다. 이대형은 외인 멜 로하스가 팀에 합류하며 차츰 자리를 잃었다. 이후 심우준(39타석)과 로하스(27타석)가 차례로 나섰으나 둘 모두 OPS 0.7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2번타순이다. kt에서 2번타순으로 가장 많이 나선 선수는 오정복(82타석, 타율 .382)이다. 오정복은 올 시즌 4할을 넘나드는 고타율로 '장외 타격왕' 자리를 지켰으나 불의의 부상이 습격했다. 오정복은 지난달 발목 부상으로 팀에서 빠진 상황. 이진영(69타석), 하준호(51타석), 전민수(43타석) 등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조합 자체가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은 더욱 요원하다. 6월부터 35경기서 테이블세터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건 단 네 차례.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kt는 같은 기간 6승29패, 승률 1할7푼1리로 고전하고 있다. 물론 이 부진을 모두 테이블세터에게만 돌릴 수 없지만, 살아나가지 못하는 테이블세터는 분명 고민거리였다.
그런 가운데 정현이 등장했다. 정현은 kt 선수들 가운데 가장 짜릿하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정현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9회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정현 생애 첫 끝내기 안타였다. 그 감은 후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경기서 4타수 1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정현은 20일, 2타수 2안타 3사구를 기록했다. 한 경기 사구 세 개는 역대 15번에 불과할 만큼 진기한 광경. 물론 몸 맞는 공으로 얻은 출루를 전적으로 타자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피하지 않고 맞아서라도 나가려는 투지는 분명 빛났다.
정현은 병역 의무를 마치고 올 시즌부터 팀에 합류했다. 시즌 초반부터 주로 백업으로 나서며 68경기 타율 2할6푼8리(148타수 40안타), 3홈런, 19타점, 21득점을 기록 중이다. 정현의 장점은 출루율이다. 정현의 올 시즌 3할5푼9리. 타율과 9푼 이상 차이 난다. kt에 부족한 출루를 해결해줄 자원으로 손꼽힌다. 20일 경기서도 정현이 백퍼센트 출루하자 타선은 어떻게든 득점을 냈다. 물꼬를 터줄 사람이 필요했고, 정현이 이를 해낸 셈이다.
정현의 분전이 여러 모로 고민거리가 많은 김진욱 kt 감독의 시름을 한결 덜게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