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를 요청해 화제에 오른 카이리 어빙(25·클리블랜드)이 한국대표팀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제 39회 윌리엄존스컵’ 마지막 경기 대만전에서 85-87로 패했다. 한국은 최종 6승 3패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전 나이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일본에 이어 대만을 방문한 카이리 어빙이 코트에 깜짝 나타나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최근 르브론 제임스와의 불화로 트레이드를 요구한 상태지만 표정은 밝았다. 어빙은 직접 점프볼 시투까지 펼친 것도 모자라 현지 해설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빙은 “대만 팬들 반갑다. 존스컵에 구경 와서 기쁘다. 대만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고 한다. 시장에도 가봤다. 타이베이는 훌륭한 전통과 놀라운 사람들이 있는 도시다. 타이완 시티 파크에서 망고를 먹었던 것이 가장 좋았던 경험이다. 오늘 대만에서 유소년 선수들도 가르치며 어울렸다. 다음 세대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며 웃었다.
대만 해설진은 “존스컵이 올해로 39년째다. 과거 칼 말론과 숀 켐프도 왔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다. 분위기가 어떤가?”라고 어빙에게 물었다.
어빙은 “아주 분위기가 좋다. 대만 대 한국의 준결승전을 보니 전통 있는 대회라는 것이 느껴진다. 두 팀이 오래된 라이벌이라고 들었다. NBA에서도 라이벌을 만나면 홈팬들이 열광한다. 오늘 대만팬들이 그렇다”며 대만의 농구열기를 칭찬했다.
어빙은 NBA에서도 가장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로 유명하다. 대만 해설진은 “NBA에서도 크로스 오버 등 기술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대만 선수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고 질문했다.
어빙은 “농구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하던 기량을 발전시키려면 정말 그 종목을 사랑해야 한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즐겨야 한다. 사실 농구를 이렇게 해설하는 것은 처음이다. 농구를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조언했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면서 어빙도 두 팀 선수들에게 주목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 선수들 이름을 다 알았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번호 밖에 모르겠다. 한국과 대만이 라이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팬들의 함성이 대단한 것 같다. 경기를 집중해서 보겠다”며 특정 선수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어빙은 김종규가 포스트업으로 골을 넣자 “몸싸움을 즐기면서 포스트업을 했고, 비슷한 사이즈 선수를 힘으로 압도해서 골을 넣었다. 재능이 좋은 선수다. 대만 선수 중에서는 6번이 가장 좋은 슈터 같다”라고 칭찬했다. 대만해설진은 김종규를 “한국에서 떠오르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어빙은 “미국과 멀리 떨어진 대만의 팬들도 NBA 경기를 실시간으로 본다. 놀라운 일이다. NBA 인기가 세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다만 NBA는 슛 보다는 힘을 중시한다. 아시아 농구를 처음 보고 슛이 좋아 놀랐다. 은퇴 후에는 쇼파에 앉아 편안하게 더 많은 게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의 팬들과 계속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생을 즐기고 싶다”며 아시아 팬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어빙이 칭찬했던 김종규는 이날 대만센터들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다만 김종규는 4쿼터 접전 상황에서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뒤 어처구니없는 패스미스를 범해 역전패의 빌미를 줬다. 마치 해남전에서 나온 강백호의 마지막 패스미스 같았다.
어차피 존스컵은 평가전 성격이다. 국내서 연습경기를 잡기도 쉽지 않은 한국대표팀에게 존스컵은 좋은 경험이 됐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