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못한다가 절로 떠오른다. 안토니오 카사노(35)가 기행으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카사노는 데뷔 이후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산 판타지 스타 계보의 후계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뛰어난 축구 실력에도 불구하고 미성숙한 정신 상태로 인해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이가 들자 그는 삼프도리아와 AC밀란서 성숙한 태도로 '철 들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카사노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세리에A 승격팀 헬라스 베로나에 입단했다. 그는 지난 2월 삼프도리아에서 방출당한 이후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AC 밀란 시절 심장 수술 이후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그지만 승격팀 베로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카사노 스스로가 모든 걸 망쳤다. 그는 지난 18일 구단 관계자들과 동료, 가족들에게 돌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팀과 계약한 지 1주일도 안된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온갖 루머가 나왔다. 하지만 카사노의 '1차' 은퇴 선언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몇 시간 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치고 약해져서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가족이 너무 그리웠다. 나를 배려한 구단이 가족을 불러줬고, 가족과 대화를 통해 마음을 바꿨다"고 은퇴를 번복했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카사노와 베로나의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사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사노는 24일 베로나와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그는 아내 카롤리나 마르치알리스의 트위터를 통해 "은퇴하진 않겠지만, 베로나에선 축구를 계속할 수 없다"며 구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가족이 살고 있는 제노아로 팀을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카사노의 기행에 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자 카사노는 25일 아내의 트위터를 통해 "나의 아내가 잘못된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변명하며 "나는 더 이상 축구 선수로 활동하지 않는다. 베로나의 모든 팬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싶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마우리치오 세티 회장, 필리포 푸스코 디렉터, 파비오 페키아 감독, 선수, 코칭스태프에게도 사과를 전한다. 이제 나에게 가장 최우선인 것은 가족 그리고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베로나 구단 역시 카사노의 기이한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베로나의 세티 회장은 이탈리아 매체 '풋볼 이탈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카사노가 계약 이후 2주 사이에 벌인 기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카사노의 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모습에 충격 먹었다. 반드시 이 일을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 교훈으로 삼겠다"고 한숨을 내셨다.
카사노의 기행에도 불구하고 세티 회장은 팀을 다독였다 그는 "베로나 구단은 팀에 속한 어떠한 개인이나 선수보다 위에 있다. 베로나는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만한 전통 있는 클럽이다. 클럽 목표를 향해 싸워나가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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