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원했지만 부담이 컸다. 결승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중고를 뚫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박태환은 26일(한국시간) 새벽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7초 11로 8위를 기록했다.
우승은 쑨양(중국)이 1분 44초 39로 차지했다. 쑨양은 400m 우승에 이어 2관왕에 오르며 여전한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태환은 전날 예선서 결승과 같은 기록인 1분 47초 11로 골인해 조 5위, 전체 14위로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올랐다.
가장 불리한 1레인에서 준결승을 펼친 박태환은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속도인 0.67초를 기록했지만 막판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즌 최고인 1분46초28로 골인했으나 1조 4위에 그쳤다.
쑨양 등 우승후보들이 즐비했던 2조의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던 박태환은 전체 8위로 턱걸이, 결승에 진출했다
더욱 문제는 8번 레인에 배정된 것. 1번 레인과 8번 레인은 물살이 벽을 타고 곧바로 돌아오기 때문에 레이스를 펼치는 데 부담이 큰 레인이다. 물론 지난 2011년 중국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승서 1번 레인의 기적을 달성했던 박태환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전성기기 지난 박태환에게 8번 레인의 부담은 크게 다가왔다. 세계 최고의 출발 반응 속도를 보유하고 있는 박태환은 역시 이날 결승서도 0.64초의 반응 속도로 제임스 가이(영국)와 함께 가장 빨랐다.
첫 50m의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레이스 시작이기 때문에 벽을 부딪히고 돌아오는 물살의 영향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다.
2번째 구간인 50~100m 구간서 박태환은 26초 90을 기록했다. 박태환 보다 늦은 선수는 없었다. 대부분 26초대 초반의 기록을 달성했다. 1위를 차지한 쑨양의 경우에는 26초 23이었다.
이후 레이스서도 박태환은 경쟁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물살도 극복해야 하는데다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도 제대로 살피기 힘든 8번 레인의 부담감이 그대로 다가왔다. 결국 마지막 50m 구간서 박태환은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28초대 기록(28초 02)에 머물렀다.
아쉬움은 크다. 지난해 일본 도쿄 아시아선수권에서 기록한 1분 45초 16 수준의 기록을 냈다면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쑨양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타운리 하스(미국, 1분 45초 04), 3위 알렉산드르 크라스니흐(러시아, 1분 45초 23)와 경쟁이 가능했다.
하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노장인 박태환ㅣ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키기에는 체력과 막판 스퍼트 등에서 역부족이었다. / 10bird@osen.co.kr
[사진] 200m 시상대에 선 2위 타운리 하스-우승자 쑨양-3위 알렉산드르 크라스니흐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