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29, 골든스테이트) 앞에서 슛을 넣고, 사인 농구화를 선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 행사가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언더아머 코리아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커리는 약 2천 여 명의 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커리는 다문화 가정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한 농구클리닉, 스킬챌린지, 3점슛 대회, 5대5 농구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며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했다.
▲ 삼복더위에 캠핑까지 불사한 팬들...암표 15만원
커리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유명세를 치렀다. 팬들은 커리가 26일 오후 중국 청두에서 행사를 마치고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언제 어느 공항으로 들어오는지 철저히 비공개였다. 팬들은 아침부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나눠 무작정 찾아가 하루 종일 기다리는 정성을 보였다. 김포공항에서 기다리던 팬들은 저녁에 전용기 편으로 입국한 커리와 극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문제로 커리의 사인을 받은 팬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팬들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커리의 호텔까지 찾아가는 열정을 보였다고.
언더아머는 평소 커리를 좋아하는 충성스러운 고객들에게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언더아머 제품을 5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천명에게 행사 입장권 2매씩을 줬다. 추첨에 응모하고도 당첨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이 수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커리의 인기가 엄청난 수준이었다.
팬들은 행사장에 선착순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더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삼복더위에도 불구, 전날부터 장충체육관 앞에서 캠핑까지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중고 사이트에서 15만원에 달하는 암표까지 구해 입장했다고 한다.
▲ 커리 앞에서 하프라인 슛 성공...행운의 사나이
농구클리닉 시간에 커리는 직접 코치로 나서 유소년들을 지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커리는 신기의 드리블을 선보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커리는 3점슛 대회를 통해 직접 슈팅실력을 뽐냈다. 5개의 지점에서 공 5개씩 총 25개의 슈팅을 했다. 커리는 몸이 덜 풀린 탓인지 3점슛 12개를 성공시켰다. 5개가 주어진 하프라인 슛에서 커리는 단 하나도 성공을 하지 못했다.
커리는 하프라인 슈팅에 도전하는 팬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난 5개를 던져서 하나도 못 넣었는데 무슨 조언을 해주겠나”라며 농담을 했다. 아무리 슈팅의 신이지만, 몸을 하나도 풀지 않고 던지는 슛은 무리가 있었다. 커리도 사람이었다.
이날 행운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막춤을 통해 하프라인 슈팅 참가자로 결정된 신현빈(27) 씨는 3번의 기회가 주어진 끝에 하프라인에서 극적으로 슛을 꽂았다. 공이 골대를 통과하자 흥분한 신 씨는 커리의 세리머니를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커리와 직접 몸을 부딪치며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밌는 것은 신 씨가 커리의 라이벌 르브론 제임스의 농구화를 신고 왔다는 것. 커리는 신 씨의 나이키 농구화를 벗기고, 자신의 ‘커리3’ 한국버전 농구화를 즉석에서 선물한 뒤 사인까지 해줬다. 신 씨는 “커리가 농구화를 벗으라고 하더니 직접 사인까지 해줬다. 이제 르브론 농구화는 필요 없다. 마치 로또에 맞은 기분”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커리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던 나이키는 또 다시 의문의 1패를 당했다.
▲ 커리가 강조한 비결 “즐기는 농구”
모든 행사를 마친 커리는 기자회견에 임했다. 커리는 정해진 질문만 소화했다. 아쉽지만 커리에게 질문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커리는 “서울에 처음 왔다. 비행기와 호텔의 차창 밖으로 본 것이 전부다. 오늘 저녁에 최대한 서울의 많은 곳을 다녀보고 느끼고 싶다. 한국의 전통음식도 맛보고 싶다”며 웃었다.
커리는 클리닉 중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스킬챌린지 중 어린 소년이 계속해서 3점슛을 실패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소년이 포기하려 하자 커리는 “계속 쏘라”며 용기를 줬다. 결국 소년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슛을 넣자 커리는 마치 자신이 넣은 것처럼 기뻐했다.
한국선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커리는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항상 체육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한국선수들도 자신을 믿고, 항상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커리의 우승반지는 두 개가 됐다. 이번 비시즌 폴 조지, 지미 버틀러 등 슈퍼스타들의 이적이 두드러진다. ‘타도 골든스테이트’를 외치는 선수들이 서로 뭉치고 있다. 커리는 “이미 우승을 두 번 했지만,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 우승에 대한 도전이 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우승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세 번째 우승을 조준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영상]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