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이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연출자로서의 소신을 솔직 정확하게 밝혔다.
류 감독은 29일 오후 방송된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군함도'의 제작 의도와 더불어 역사 왜곡, 스크린 독점 등 영화 내외적 여러 논란들에 대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개봉 당일 일일 관객수 97만 관객을 동원하고, 개봉 3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을 돌파한 상황이다.
◈ 다음은 앵커와의 일문일답
- 조선인 강제징용은 민감한 소재다.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일단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시의 사진을 봤을 때 상상력이 자극됐다. 이 곳에 사람들이, 조선인이 있었다란 생각이 자극이 됐고 나를 이끌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뒷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당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진행 중이었는데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그 역사와 관련있는 한국사람으로서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사실이 부끄러웠다. 마침 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고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피할 수 없었다.
-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다뤘다. 그것을 다루는 것에 극단적인 애국주의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선인은 무조건 착하다, 일본인은 나쁘다란 이분법을 탈피했더라. 일부러 애국 코드를 배제했나?
▲애국심과 애국주의는 이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영화 안에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조, 과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선악의 이분법적 태도는 피하고 싶었다.
- 아픈 과거다. 그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인가?
▲ 왜 우리가 아픈 곳이 있으면 알려야 하고 알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아픈 곳을, 병이 난 곳을 알아야 치유가 가능한거고 과거 문제도 그렇게 청산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자꾸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 지옥같은 참상이 예상보다 가볍게 묘사됐다는 지적이 있다.
▲ 일단 첫 번째로, 저는 오히려 자극하는 게 더 위험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 영화를 만들 때 저희들이 준비하는 내내 수년동안 철저하게 고증했다. 창작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야기나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다. 소품 하나하나도 고증에 맞게 하려고 애를 먹었다.
후반부에 탈출하는 모습은 장르영화처럼 호쾌한 전투장면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말씀도 있는데, 집단탈출장면조차도 군사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당시 취재하면서 느낀 조선인들의 열망은 조선독립도 아니고, 밥을 조금 더 먹는 거나 잠을 좀 더 자는 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다.
-일본 매체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노골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는데?
▲ 제가 영화 촬영을 위해 베를린에 머문 적이 있다. 베를린에 갔을 때 현지 스태프들에게 받은 주의 사항이 공공 장소에서 나치나 히틀러를 언급하면 벌금을 문다고하더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로케이션을 할 때는 유태인 학살을 한 것에 대한 본인들의 반성 의미로 홀로코스트 메모리 광장을 만들어놓고 있고 유태인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곳을 가보면 곳곳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있더라. 하지만 히틀러를 다룬 영화를 독일정부가 허구라고 입장 표명한 것은 본 적이 없다.
똑같이 전범국가 일본은 그 피해 역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을 사실이라고 인정도 하지 않고,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고 장관까지 나선다. 약속한 것부터 지키고 감나라 배놔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스크린 독점에 대한 지적은?
▲ 저도 독립영화로 출발한 사람이다. 사실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저도 지금까지도 서울독립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를 보면서 젊은 감독들 응원한다. 세상에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는 희망과 열정, 관객과 만날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관객들 역시 이 영화들을 볼 권리가 있다. 수년째 여름시즌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본의아니게 서게 되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영화인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계속 지적되는 문제이기에 실제로 단체와 영화인들이 끊임없이 논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절대 예술영화 전용관에 들어가는 만행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맥스도 안 된다. 아무리그래도 감독이나 제작사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당황스럽다.
- 역사왜곡 평점 테러에 마음 아프나?
▲ 저는 그런 것에 많이 단련이 됐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영화를 만드면서 '군함도'를 만들게 해 주신 건 결국 관객들이다. 배부르지 않을 만큼 당근을 주시고 쓰러지지 않을 만큼 채찍을 주시는 것이 관객분들이다. 한 분 한 분의 반응이 소중하고 자양분이 된다. 앞으로의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상의 모든 테러는 반대한다.
- 배우들의 조합이 대단한데 고민이 많지 않았나
▲ 송중기 배우같은 경우는 슈퍼스타가 되기 이전에 결정됐다. 저에게 엄청난 행운이다. 황정민 선배, 소지섭, 이정현 배우들 모두 거대한 행운이다. 주연 배우들 뿐 아니라 조선인 진용군 이름없는 역할을 했던 단역 연기자들까지, 좋은 배우이면서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가 갖는 복이다.
- '군함도'를 꼭 봐야하는 이유는?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러지만 '군함도'를 기억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결과야 어떻게든 나오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잘못했으면,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nyc@osen.co.kr
[사진]YTN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