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에 지친 탓이었을까.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다. 하필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지 않은 경기력이 결승전에서 나왔다.
한국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월드그랑프리 2그룹’ 폴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예선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둔 기억이 있는 폴란드였지만, 한국은 당시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그랑프리 8연승이라는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른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무너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폴란드보다 못할 것은 없었다. 세계랭킹도 한국이 10위, 폴란드가 22위였다. 예선전에서 이긴 적도 있어 자신감도 생길 법했다. 분위기도 좋았다. 30일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대역전승을 했다. 하지만 이날도 초반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폴란드 선수들이 잘한 것도 있었지만 한국의 장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발이 무뎠고, 리시브가 흔들렸다. 이에 세터와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강타를 때릴 수 있는 코스가 거의 없었다. 힘없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기 일쑤였다. 세터를 염혜선에서 이소라로 교체하고, 리시브 보완을 위해 황민경을 투입하며 안정을 노렸으나 좀처럼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았다.
독일전과 마찬가지로 첫 두 세트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컸다. 독일전에서는 역전승을 거뒀지만, 폴란드는 만만치 않았다. 3세트 들어 김연경 김희진 황민경 등 날개 공격수들이 조금씩 살아나며 리드를 잡았다. 7-1까지 앞서 나갔다. 그러나 폴란드도 침착하게 전열을 정비했고 오히려 한국이 연속 실점을 하며 승부처에서 버티지 못했다.
한국은 주포 김연경의 공격까지 힘을 쓰지 못했다. 폴란드 수비수들이 김연경의 코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의 공격 성공률은 계속 떨어졌다. 반면 폴란드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였다. 적어도 이날 경기만 본다면, 폴란드의 경기력은 분명 한국보다 좋았다.
대표팀은 강행군을 했다. 선수풀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일정도 힘들었다. 여기에 환경도 열악했다. 지금 성과로도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결선 라운드 독일-폴란드전은 예선 당시의 대표팀 경기력과는 차이가 있었다. 전체적인 면을 고려하면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거든 값진 준우승이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남아있다는 것도 실감한 이번 대회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FIVB 제공.